금속노조, 가입 거절당한 해고 노동자가 낸 소송서 패소
"노조 중복가입, 일률적·절대적으로 제한할 수 없어"
법원 "노조위원장 재량으로 노조 가입 거절 안돼"
노동조합이 위원장의 자의적인 판단이나 중복가입 금지 규약을 내세워 노동자의 가입을 거절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부(윤승은 이예슬 송오섭 부장판사)는 최근 한 국내 제조업체 A사의 해고 노동자 박모 씨가 "조합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해달라"며 금속노조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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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A사에서 해고된 이후 동료 노동자들과 함께 산업재해 피해를 호소하면서 회사 측에 보상을 요구해온 박 씨는 2016년 금속노조에 가입 신청서를 냈으나 거절당했다.

금속노조 산하 A사 지회가 과거 박 씨가 'A사 노조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 설립 기자회견을 여는 등 지회에 적대적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가입을 반대했고, 이에 위원장의 승인을 거쳐 가입 거절을 통보한 것이다.

금속노조의 '조합원 가입 절차 전결 규정'은 지회장·지부장이 위원장 승인을 거쳐 가입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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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명백히 조합의 자주적 활동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돼야 가입을 거부할 수 있다.

박 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데도 금속노조가 가입을 거부한 것은 권리 남용"이라며 2018년 3월 소송을 냈다.

금속노조는 재판에서 "박 씨가 금속노조 A사 지회의 조직 확장을 방해했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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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박 씨가 한 지역노조에 가입돼 있어 금속노조에 가입하면 이중가입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리도 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금속노조가 '조합원 가입 절차 전결 규정'에서 가입 거부 사유를 규정한 것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규정한 노동조합법에 위배돼 효력을 가질 수 없다"며 박 씨의 손을 들어줬다.

금속노조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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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는 "조합원 자격을 취득하려면 위원장 승인이라는 재량적·적극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금속노조의) 관련 규정들을 해석하는 것은 노동조합법이 규정하는 노조 가입 자유의 원칙을 침해해 무효라 볼 소지가 있다"며 역시 박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노조 중복가입에 대해 "노조 사이 건전한 경쟁을 바탕으로 민주적 조합 활동을 활성화해 성숙한 노사관계로 진일보하기 위해 마련된 복수노조 허용 취지에 비춰볼 때 근로자가 2개 이상 노조에 가입하는 것도 '단결 선택의 자유'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노조의 내부적 통제로 이중가입 제한이 허용된다고 봐야 하고, 다른 노조에 중복해 가입하는 자체를 일률적이고 절대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