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북 협상재개 및 태도변화 촉구…김여정 담화 수용 난망 해석도
로이터 "정상회담에 찬물"…'10월의 서프라이즈' 여전히 거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추가적인 북미 정상회담 성사 요건으로 비핵화 협상의 '진정한 진전'을 내걸었다.

미, 북미회담 조건은 "진정한 진전"…깜짝 정상회담에 선긋나
그동안 북미 정상회담에 열려 있다는 언급을 내놔 항간에서 11월 미 대선 전 대형 이벤트인 '10월의 서프라이즈'로 3차 정상회담이 거론됐지만 알맹이 없이 보여주기식 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과거보다 더 까다로운 비핵화 협상 틀을 제시한 가운데 무리한 요구에 끌려가진 않겠다는 뜻이기도 해 대선 전 정상회담 가능성이 더 낮아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주관한 대담에서 "진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가 2년여 년 전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결과들을 달성하는 데 있어 진정한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을 경우에만 정상회담에 관여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0일 내놓은 담화에 대한 반응으로도 볼 수 있다.

당시 김 제1부부장은 작년 2월 노딜로 끝난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영변 폐기 대 제재 해제' 카드는 더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면서 이제는 협상의 기본 틀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대 북미협상 재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미 정상회담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두 수뇌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른다"며 공을 미국에 넘겼다.

미, 북미회담 조건은 "진정한 진전"…깜짝 정상회담에 선긋나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도움이 된다면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말하고 폼페이오 장관도 "적절하고 유용한 활동이 있다면" 정상회담에 열려 있다는 식으로 말한 데 대한 답변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김 제1부부장이 제시한 조건은 미국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다.

협상 틀을 '비핵화 조치 대 제재 해제'에서 '적대시 정책 철회 대 북미협상 재개'로 바꿔야 한다는 주문은 미국이 기존 요구에서 크게 후퇴하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작년 2월 하노이 회담 때까지만 해도 '영변 플러스 알파' 대 '제재 부분 해제' 구도였지만, 김 제1부부장의 주장대로라면 미국이 먼저 성의 있는 조처를 해야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요구한 적대시 정책 철회는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이나 북미 수교, 평화협정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미국 입장에서 볼 땐 북한에 상응 조치로 줄 수 있는 협상 카드를 먼저 내놓으라는 말로도 들릴 수 있다.

따라서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북미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진정한 진전'을 언급한 것은 북한의 무리한 요구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뜻이자 서로의 조건을 맞춰볼 실무 협상 재개에 북한이 나설 것을 촉구하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이 "기꺼이 (대화에 나설) 의향이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북한은 이 시점에서 잠재적인 해결로 이어질 수 있는 방식으로 관여하지 않기로 선택했다"고 한 것도 이런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우리는 그들(북한)이 마음을 바꾸길 희망한다"며 "우리는 올바른 결과에 이를 수 있도록 그들이 대화에 관여하기를 고대한다"라고도 말했다.

미, 북미회담 조건은 "진정한 진전"…깜짝 정상회담에 선긋나
로이터통신은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발언에 대해 "또 다른 정상회담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평가했고, 정치전문매체 더힐도 폼페이오 장관이 연내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깎아내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선거전에 활용하기 위해 '영변 플러스 알파 대 제재 부분 완화'를 골자로 한 북미정상회담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 여전히 나온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14일 NBC방송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직전 북한과 유형의 합의를 보여줄 수 있다며 이 시점엔 대북 제재가 미국의 최우선 관심사가 아니라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의 합의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취지로 전망했다.

또 김 위원장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경제적 어려움이 더해져 제재의 완전한 철회보다는 완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관여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최근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10월의 서프라이즈'를 연출할 수 있다고 수차례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