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가능성을 알고도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2000억원 넘게 판매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장 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42)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15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신혁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금융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장씨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장씨가 '연 수익률 8%, 원금 손실률이 0%에 가깝게 설계됐다'는 거짓말로 2000억원이 넘는 펀드를 판매(자본시장법 위반)했다"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또 장씨는 고객 자산관리 대가로 직무 관계에 있는 고객에게 2억원을 무상으로 빌리고(특경가법 수재 등), '라임사태' 주범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위해 직무 관계인 고객에게 15억원의 대부를 알선한 뒤 자신이 연대보증(사금융 알선 등)했다는 설명이다.

장씨 측 변호인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펀드 설명서에 연수익률과 원금 손실률은 예측을 그렇게 한다는 의미이지 거짓으로 적은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어 "라임이 제공한 펀드 제안서에는 위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설명이 들어 있다"며 "피고인이 고의로 거짓말을 하거나 거짓 기재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불확실한 사실을 가지고 투자자가 오인하게 행동한 것은 일부 인정한다"고 말했다.

수재 혐의에 대해서는 "돈을 빌려준 고객과는 직무를 넘어 가족끼리 교류할 정도로 가까웠다"며 "직무와 관련해 편의를 제공한 것이 아니며 직무와 연관됐다고 해도 얻은 이자 이익이 크지 않다"고 했다. 김 전 회장에게 대부를 알선한 혐의에는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지만 이미 변제됐고 합의도 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서울 서초동 재향군인회 경영총장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향군이 김 전 회장에게 향군 상조회를 넘기는 과정에서 불법성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확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 사태의 몸통으로 불리는 김 전 회장은 '무자본 인수합병'(M&A) 방식으로 향군 상조회를 인수한 뒤 상조회 자산 약 378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