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폭이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가계가 부동산·주식 투자금 마련을 위해 상당한 자금을 빌린 여파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6월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올해 6월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28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40조6000억원 늘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4년 후 반기 기준 최대 증가폭이다.

부동산 '영끌' 투자에…상반기 가계대출 40조원 늘었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685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32조2000억원 늘었다. 2015년 상반기(32조7000억원) 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집값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매매 수요가 늘어난 데다 6·17 부동산 대책을 비롯한 규제를 앞두고 자금 조달을 확대한 결과로 분석된다.

기타대출(신용대출 등)은 242조원으로 올 들어 8조4000억원 불어났다. 작년 상반기 증가폭(2조9000억원)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늘었다. 한은은 “SK바이오팜을 비롯해 증시에 입성하는 공모주의 청약 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한 수요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3~24일 SK바이오팜 공모를 위한 일반 청약 과정에서 31조원 규모의 청약증거금이 몰렸다.

올해 6월 말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946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7조8000억원 늘었다. 작년 증가폭(27조7000억원)에 비해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업대출 가운데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은 368조2000억원으로 29조8000억원 불었다. 한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선제적으로 운영자금 등을 마련한 영향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