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롯데 경영권 회복' 목적 계약…변호사법 위반해 무효"
민유성, 신동주 상대 100억대 자문료 청구 항소심 패소(종합)
민유성 나무코프 대표(전 산업은행장)가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서 100억원대 자문료를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냈으나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34부(장석조 박성준 한기수 부장판사)는 8일 나무코프가 SDJ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1심은 민 대표 측(나무코프)이 청구한 107억원 가운데 70%인 75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지만,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민 대표와 신 회장이 맺은 계약이 변호사법을 위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변호사법(109조 1호)에 따르면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향응 등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법률상담 등 법률 사무를 취급하거나 알선한 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된다.

재판부는 "양측이 계약에서 신동주 회장의 롯데그룹 경영권 회복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위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법정구속 또는 유죄 판결 선고', '롯데쇼핑 면세점 특허 재취득 탈락' 등을 목표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무코프가 각종 소송을 포함한 방법으로 신동빈 회장의 경영상 비리를 발견하고 공론화하거나 관계 기관에 제공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SDJ로부터 자문료를 받기로 의사가 합치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무코프와 SDJ의 계약은 금지된 법률 사무를 수행하고 대가를 수령하는 내용인 만큼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해 무효"라며 "계약이 유효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나무코프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는 롯데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2015년 9월부터 신 회장과 자문 계약을 맺고 입장을 대변해줬으나 2017년 8월 신 전 부회장이 계약 해지를 일방 통보하면서 관계가 파국을 맞았다.

민 대표 측은 2015년 1차 계약으로 월 8억8천만원씩 1년 동안 105억6천만원을 지급받았고, 이후 월 7억7천만원의 2차 계약을 맺어 10개월 치 자문료(77억원)를 추가로 받았다.

민 대표는 신 회장 측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바람에 추가로 받아야 할 14개월분 자문료 107억원을 받지 못했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신 회장 측은 민법에 따라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맞섰다.

1심은 신 회장 측이 정당한 이유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서 계약을 해지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계약 해지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 75억여원을 민 대표 측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