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남한 배제' 입장인데 볼턴도 회고록서 한국 역할 폄훼
트럼프, 한국 역할 여전히 신뢰…"한미 간 긴밀한 북핵 조율 계속될 것"
북 '빠져라'는데 볼턴 회고록까지…한국 촉진자 역할 위축 우려
존 볼턴 미국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3일(현지시간) 정식 출간하는 회고록에 북미 핵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을 폄훼하는 듯한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가뜩이나 북한이 '핵 문제에서 남측은 빠지라'고 비난해 촉진자 역할에 상처를 입은 한국으로선 북핵 문제를 비롯해 한반도 정세를 논하는 무대에서 설 자리가 더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에는 지난 2년여의 북미 비핵화 협상을 "한국의 창조물"이라고 지칭하는 등 한국의 역할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한 대목이 여럿 있다.

그는 북미 협상이 "북한이나 미국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에 더 많이 관련돼 있었다"고 적었다.

또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직후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판문점에서 남북미 3자 회담 직후 북미 정상이 회담할 것을 주장했다면서, 이를 문 대통령의 '사진찍기용'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한국이 북한의 생각을 미국에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도 볼턴 회고록에는 담겼다.

문 대통령이 4.27 회담에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에게 '1년 이내에 비핵화를 하라'고 요청했고, '그(김정은)가 동의했다'고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밝혔다는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북한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비핵화를 완수한 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김 위원장은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전했다는 게 볼턴의 주장이다.

물론 회고록에 담긴 내용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분명치 않다.

또 워싱턴의 대표적 '매파'의 주관적인 시각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에선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한 만큼 볼턴 전 보좌관의 주장에 동조하는 여론이 적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트럼프 행정부는 물론 한국 정부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더욱이 북한 또한 한국에게 '끼지 마라'고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지난 13일 담화에서 외교부 당국자의 '북미대화 재개 노력' 발언에 대해 "조미(북미) 사이의 문제, 더욱이 핵 문제에 있어서 논할 신분도 안 되고 끼울 틈도 없는 남조선 당국이 조미대화의 재개를 운운하는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를 치는데 참 어이없다"고 비난한 바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23일 "북한도 한국에 반발하는 상황 등을 보면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한국의 중재 역할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정상 간 긴밀한 대화가 회고록 형태로 공개되면서 향후 협상이 재개된다 해도 솔직한 의견교환이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그러나 볼턴 전 보좌관의 일방적인 주장과는 달리 한국의 역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가 흔들리는 모습은 없어 한미 간 북핵 조율은 여전히 긴밀하게 이뤄지리라는 관측도 많다.

외교부 당국자는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출간과는 관계없이 한미간에는 한반도 상황에 대한 정세 평가와 의견 조율은 계속 긴밀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