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투수로…SK 염경엽 "강지광, 최후의 선택한 것"
"고민해보고 확실히 결정하면 말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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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이 강지광(30)의 투수 재전향은 선수의 긴 고민 끝에서 나온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투수와 야수를 수차례 오간 강지광은 방황기를 끝내고 투수로 완전히 정착하기 위해 올해 최후의 결정을 내렸다.

16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염 감독은 "2군 감독 통해서 강지광이 투수를 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일단 본인에게 정확한 이야기를 들어야 하니 오라고 했다.

만나서는 '또 돌아갈 거면 하지 말라'고 했다"며 뒷이야기를 전했다.

확실한 결정을 하고 온 강지광은 염 감독에게 "그동안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이번 투수 전향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겠습니다"라며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부탁했다.

강지광은 고교 시절 투수 유망주로 기대를 받았지만, 2009년 2차 3라운드로 LG 트윈스에 입단하고서는 내야수로 전향했다.

타자로서 1군 경기에 나선 것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시절인 2014∼2017년이었다.

그러나 출전 경험은 55경기 87타수에 그쳤다.

2018년 2차 드래프트로 SK로 이적해서는 투수로 돌아갔다.

강지광은 2018년 4경기에서 3이닝을 던진 뒤 2019년에는 25경기에 등판해 2승 4패 6홀드를 기록하며 투수로 정착하는 듯했다.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어깨 통증이 찾아와 더는 공을 던질 수 없었고, 결국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타자로 전향했다.

올해 2군 퓨처스리그에서 4경기 타율 0.400 등으로 활약했지만, 강지광은 투수 보직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 없었다.

어깨 통증이 나아지자 그는 용기를 내서 다시 투수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염 감독도 강지광의 결심을 내심 반겼다.

넥센 감독 시절부터 강지광을 지켜봤던 염 감독은 "지도자 입장에서는 분명히 타자보다 투수로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봤었다"면서도 "그러나 제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선수 인생이니 결정은 본인이 해야 했다"고 말했다.

마음속의 방황을 끝내자 강지광의 어깨도 살아났다.

염 감독은 "마음을 고쳐먹으니 통증도 없어지는 것 같다고 하더라. 야수 미련을 버리니 팔 통증도 없어진다고 하더라"라고 강지광의 말을 전하며 웃었다.

강지광은 16일 퓨처스리그 한화 이글스전에서 불펜으로 등판해 ⅓이닝 4피안타 3실점으로 혹독한 투수 재전향 신고식을 치렀다.

염 감독은 어려운 결정을 한 강지광을 적극적으로 도와줄 방침이다.

그는 "강지광은 도와주고 싶은 선수다.

야구를 열심히 하는 태도는 누구에게도 안 지는 선수"라며 "그것을 잘 도와주는 게 제가 할 일"이라며 응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