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 사거리 철탑 위에서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이어오던 삼성 해고 노동자 김용희 씨가 350여 일 만에 땅을 밟았다. 김씨는 삼성 측과 명예복직, 보상 등에 관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측은 “그동안 회사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인도적 차원에서 대화를 지속했다”며 “양측의 합의가 지난 28일 최종 타결됐다”고 밝혔다.

29일 철탑에서 내려온 김씨는 본인의 항소심 변호를 맡았던 문재인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문 대통령의 노동자 정책은 어디갔냐”며 “아무리 경제가 반토막이 나도 사람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용희 씨는 1984년부터 삼성시계 생산부 생산2과에서 일했는데 노조 설립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삼성을 상대로 시위를 벌여왔다. 삼성시계는 한화테크윈에 매각됐다.

김씨는 1991년 처음 해고된 뒤 삼성물산에 복직했는데 “경남지역 삼성 노동조합 설립위원장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1995년 재차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해왔다. 당시 김씨는 삼성을 상대로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냈는데 1·2심 재판부는 모두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징계위원회의 징계 절차는 적법했고 해고 사유도 인정된다”며 “해고무효확인과 아울러 복직 시 임금 지급까지 요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가 없어 기각한다”고 판단했다.

남정민/최다은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