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한국의 실질 기준금리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실질 기준금리는 명목 기준금리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뺀 값으로 가계·기업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기준금리 수준이다.

26일 OECD와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실질 기준금리는 연 0.65%였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인 연 0.75%에서 지난달 OECD 근원물가 기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 물가(0.1%)를 뺀 수치다.

한국의 실질 기준금리는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집계된 OECD 회원국 29곳 가운데 멕시코(연 2.9%) 다음으로 높았다. 한국의 실질 기준금리는 비슷한 비(非)기축통화국인 이스라엘(연 0.1%) 아이슬란드(연 -0.7%) 칠레(연 -1.8%) 등과 비교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지난 3월 16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사상 최저인 연 0.75%로 내렸다. 명목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지만 실질 기준금리가 OECD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물가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국의 근원물가는 스위스(-0.5%) 에스토니아(-0.4%) 포르투갈(-0.2%) 이스라엘(0%)에 이어 다섯 번째로 낮았다.

한국은 향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낸 기대 인플레이션도 낮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5월 소비자심리지수’에 따르면 이달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한 1.6%에 머물렀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2년 2월 후 최저치다.

실질 기준금리가 치솟으면 현금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가계·기업이 현금을 보유하려는 유인이 커지면서 소비·투자는 위축된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로 실질 기준금리를 낮춰 소비·투자심리를 북돋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통위원을 지낸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최근 한 세미나에 참석해 “한국의 실질 기준금리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한은이 더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필요성과 기대가 확산하면서 시중금리도 내려가고 있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장중 사상 최저인 연 0.795%까지 떨어졌다. 다만 장 막판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전날보다 0.024%포인트 오른 연 0.839%에 마감됐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