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인천 논현동에서 전동킥보드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50대 남성 A씨가 승용차와 충돌해 숨졌다. 보행자 정지 신호에서 움직이던 A씨를 승용차 운전자가 미처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헬멧 등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았다. 지난달 부산 해운대에서 발생한 전동킥보드 운전자 사망사고와 판박이다. 당시에도 30대 남성이 신호를 위반해 횡단보도를 건너다 승용차에 치여 사망했다. 전동킥보드 등 개인용 이동장치(퍼스널모빌리티)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동킥보드는 소형 오토바이 등을 아우르는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된다. 면허가 있어야 탈 수 있고, 차도로 다녀야 한다. 그러나 안전성에 문제가 있고 퍼스널모빌리티 산업의 발전을 막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지난 20일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통행을 허용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를 비롯한 개인용 이동장치는 2017년 7만4479대에서 지난해 16만6893대(잠정)로 늘었다. 삼성교통안전연구소에 따르면 이 회사에 접수된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는 2016년 49건에서 지난해 890건으로 늘어났다. 경찰청에 접수된 개인용 이동장치 관련 사고도 2017년 117건(사망 4명, 부상 124명)에서 2018년 225건(사망 4명, 부상 238명)으로 92% 증가했다.

앞으로 전동킥보드는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게 원칙이다. 차도에 진입할 경우 가장 우측에 붙어서 주행해야 한다. 만 13세 이상이면 운전면허가 없어도 탈 수 있다. 개정안은 2017년 6월 발의된 뒤 3년 넘게 계류되다 뒤늦게 국회 문턱을 넘었다. 법 적용은 올해 말부터다.

법 개정으로 전동킥보드 사고가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자전거도로 대부분은 인도에 설치돼 있어 전동킥보드가 행인을 치는 사고가 증가할 것이라는 얘기다. 경찰 관계자는 “전동킥보드가 속도 제한을 풀고 질주하거나 헬멧을 착용하지 않아도 단속이 쉽지 않다”며 “자동차는 블랙박스나 폐쇄회로TV(CCTV)로 단속할 수 있지만 전동킥보드는 번호판이 없어 이런 장비로 단속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동킥보드를 대여해주는 서비스 시장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라임, 씽씽, 윈드 등 24개 국내외 업체가 전동킥보드 공유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 중 퍼스널모빌리티산업협의회(SPMA)를 구성한 11개 업체는 운전자 확인, 속도 제한 등을 자율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업체도 많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장은 “전동킥보드 공유 시장이 커지면서 신생 업체가 많이 등장했다”며 “안전하게 운영하는 업체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은/김남영/최다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