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속에서 경제회복을 서두르기 위해 ‘규제 완화 카드’를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경제회복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라”며 규제 완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에 대응해 일시 중지한 수백 개 규제를 가급적 영구 중지하라”고 연방정부 기관에 지시했다. 기업의 경제활동을 발목 잡아 경기회복을 억제하는 각종 규제를 폐지·수정·면제하거나 예외 적용을 하라는 주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앞에 놓인 모든 레드 테이프(불필요한 행정절차)를 계속 뚫고 가야 한다”며 “바이러스 때문에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은 만큼 일자리를 파괴하는 부담(요인)을 제거하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규제 적용을 보류했다. 미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진료가 어려워지고 병원들의 환자 진료 부담이 커지자 지난 3월 중순 원격의료 규제를 완화했다. 원격처방과 관련한 규제를 풀어주고 병원 예약 때 소비자에게 친숙한 비디오챗 서비스 이용 등을 허용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19 치료제 승인·의료기기 등록 절차를 간소화했고, 환경보호청은 기업들의 정상영업이 어려워지자 일부 환경 규제를 완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일시 유예한 규제 중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규제를 대폭 줄여 경제회복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의회전문지 더힐은 “규제 완화 범위가 금융, 환경, 농업을 포함한 거의 전 분야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감세와 함께 규제 완화를 11월 대선 때 핵심 공약으로 내세울 가능성도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도 규제 완화를 내걸었고, 취임 직후인 2017년 1월 ‘신설 규제 1건당 기존 규제 2건 철폐’를 핵심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하지만 규제 완화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 장치가 사라지거나 환경 규제가 지나치게 느슨해지면 역풍이 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더힐은 “환경보호청은 환경 규제 완화와 관련해 여러 주와 환경단체로부터 소송을 당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날 경제분석 보고서에서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38%(연환산 기준)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1분기 경제성장률은 -4.8%를 나타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이날 상원 청문회에서 이번 경기 하강에 대해 “2차대전 이후 어떤 침체보다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