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범 기업들이 일제강점기 강제 노역 피해자들이 제기한 민사 재판에 4차례 모두 불출석해 법원이 궐석재판을 하기로 했다.
14일 광주지법 203호 법정에서 민사14부(이기리 부장판사) 심리로 강제동원 피해자 자녀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 2건의 재판이 열렸다.
A씨 등 12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B씨 등 8명이 스미세키 홀딩스(전 스미토모석탄광업)를 상대로 강제노역 위자료를 청구한 소송이다.
지난해 4월 29일 소송이 제기된 이후 지난해 11월과 12월, 올해 4월에 이어 이날 4번째 재판에서도 피고 측 법률대리인이 불참하면서 재판이 계속 연기됐다.
국내 법원이 지난해부터 2차례 국제송달로 보낸 소송서류가 일본 기업에 전달됐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재판부는 "소송서류 송달을 시도했지만 진행되지 않아 공시송달 절차를 통해 피고가 불출석한 상태에서도 재판할 수 있는 궐석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공시송달은 피고인의 소재지 등을 알 수 없을 때 관보 등에 소송 서류를 게재한 뒤 그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궐석재판을 하면 원고가 제출한 근거 자료로 입증 절차를 거친 뒤 재판부가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여부를 판단한다.
앞서 서울에서 열린 유사한 재판에서도 국내 법원이 보낸 소송 서류를 일본 외무성이 반송 처리하는 등 재판이 지연돼왔으나 이르면 올해 안에 1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원고 측 법률 대리를 맡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장 김정희 변호사는 "과거에는 일본 후생연금 가입 기록을 제출했으나 지난해부터 일본 후생성에서 기록을 발급해주지 않아 재직 증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민관 공동위원회 조사 기록과 피해자 및 유족 진술 등을 취합해 증거로 제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단체인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과 민변 광주·전남지부는 지난해 4월과 올해 1월 추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강제동원 피해자와 가족 등 87명이 미쓰비시광업(현 미쓰비시머티리얼·28명), 미쓰비시중공업(16명), 홋카이도 탄광 기선(15명), 스미토모석탄광업(8명), 미쓰이광산(현 니혼코크스공업·10명), 신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3명), 일본광업(현 JX금속·2명), 니시마쓰건설(2명), 후지코시강재(1명), 히타치조선(1명), 가와사키중공업(1명) 등 11개 전범 기업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했다.
다음 재판은 두 달간의 국제 공시송달 절차를 거친 뒤 오는 7월 23일 오후 2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