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이스탄불 이스탄불', 감옥 갇힌 네 男子의 '천일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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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쇤메즈 장편 '이스탄불 이스탄불'

오르한 파묵 이후 터키가 배출한 가장 독창적인 소설가로 평가받는 부르한 쇤메즈의 세 번째 장편 《이스탄불 이스탄불》(황소자리)은 나이도, 직업도, 성향도 다른 네 남자가 좁은 감방에 함께 갇히는 상황에서 출발한다. 이들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고문의 두려움을 잊기 위해 끊임없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기발한 수완으로 강간을 모면하는 수녀, 사람의 영혼을 가진 늑대, 흰고래를 찾아 평생 먼 바다를 떠돌다 패배한 늙은 어부 등 천일야화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현실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각자의 상처를 치유한다.
이런 설정은 작가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터키 쿠르드인 마을에서 자란 그는 인권 변호사로 활동 중 정치적 이유로 고문당한 뒤 영국으로 망명했다. 자신의 투옥 경험을 투영했음에도 소설은 암울한 현실을 잊기 위한 상상들을 경쾌한 문장으로 풀어내며 다채로운 삶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