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너스 금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뉴욕 금융시장 일부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점치는 움직임이 나타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까지 가세한 것이다. 월가에선 미 중앙은행(Fed)의 마이너스 금리 채택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지속돼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 시장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다른 국가들이 마이너스 금리로 혜택을 입는 한, 미국도 이런 선물(gift)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지난 7일부터 올해 말~내년 초 기준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란 베팅이 증가했다. 미 경제가 예상보다 느리게 회복될 것이고, Fed는 정부의 막대한 국채 조달을 돕기 위해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춰야 할 것으로 본 것이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미 국채 금리도 8일 장중 한때 사상 최저인 연 0.085%까지 낮아졌다.

이미 2분기 2조9990억달러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국채 발행을 예고한 미 재무부는 이날 4월 재정적자가 7379억달러라고 발표했다. 오는 9월 30일까지인 이번 회계연도 적자는 역대 최대인 3조7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Fed가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면 많은 한계기업이 계속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며 “Fed가 쓸 수 있는 도구로 마이너스 금리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실수”라고 말했다. JP모간도 이날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이 낮다고 보지만, 만약 -10bp(1bp=0.01%포인트) 등의 약간만 낮은 수준에서 1~2년씩 너무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면 그 효용은 비용을 넘어설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Fed 관계자들은 부정적이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마이너스 금리는 미국에 좋은 옵션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들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부실을 떠안아야 할 은행들이 수익성에 치명타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다. 제롬 파월 의장도 지난달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은행 수익에 하강 압력을 높여 신용 팽창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4조80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머니마켓펀드(MMF) 시장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마이너스 금리보다는 국채 수익률 곡선 제어나 수익률 상한(Yield Cap) 정책이 더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국채 10년물 금리를 연 1%로 고정하고 그 이상 금리가 높아지면 무한대로 채권을 매입해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정책이다.

다만 마이너스 금리가 시행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WSJ는 “코로나19 위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속될수록 Fed는 모든 권한을 쓸 가능성이 높다”며 “그 가능성엔 마이너스 금리도 포함된다”고 전망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