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냄새·주차 공간 부족…지자체 "인력 없고 저항 심해 단속 애로"

지난 10일 오후 인천시 서구 시천동 경인아라뱃길 매화동산은 다소 흐린 날씨 속에도 공원에 줄지어 늘어선 텐트로 캠핑장을 방불케 했다.
텐트를 설치한 사람 대부분은 텐트 안이나 옆에 테이블을 설치하고 음식을 먹고 있었다.
휴대용 가스버너 등으로 고기를 굽거나 라면을 끓이는 사람들로 주변엔 음식 냄새가 진동했다.
바로 옆에 있는 공원인 경인아라뱃길 시천가람터는 어린이 놀이터까지 텐트 행렬에 점령당했다.
다리를 건너 수로 건너편에 있는 인천시 계양구 둑실동 경인아라뱃길 아라마루 전망대 일대는 공원뿐만 아니라 주차장까지 '캠핑객'에게 빼앗겼다.
이들은 캐러밴이나 캠핑용 차량 등을 주차장에 대놓고 옆 주차공간에 그늘막까지 쳤다.
나무에 해먹을 설치하고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경기도 부천시에 산다는 이모(38)씨는 "집 안에 갇혀있다가 갑갑해 나왔다"며 "캠핑을 하니 코로나19 감염을 피하면서 바람도 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시는 아라뱃길이 무질서하게 운영된다는 지적에 따라 이용객의 편의를 높이고 하천 오염을 예방한다는 취지로 야영 등 금지구역을 지정했다.
그러나 단속의 손길이 닿지 못하면서 초여름 따뜻한 날씨 속 주말이면 경인아라뱃길 일대가 불법 캠핑장으로 전락했다는 게 방문객들의 이야기다.
이날 산책을 하러 경인아라뱃길을 들렀다는 김모(36·여)씨는 "주차장을 점령한 캠핑카와 캐러밴으로 차를 댈 곳도 찾기 힘들어 도로 갓길에 겨우 차를 댔다"며 "이곳에 캠핑이 불법이라는 현수막이 붙어있는데도 주차장까지 곳곳에 텐트를 쳐놔 캠핑장에 온 줄 알았다"고 하소연했다.

지자체들도 인력 부족과 캠핑·취사를 허용해달라는 역 민원 등을 이유로 적극적인 단속 활동을 못 하고 있다.
인천시 서구는 지난달 경인아라뱃길 일대에서 야영 등 불법행위 430여건을 적발했으나 이용객들의 저항 등을 우려해 과태료 등 처분 없이 계도 활동만 했다.
일부 시민들은 야영 등이 금지된 사실을 알면서도 단속반이 지날 때만 일시적으로 야영 등을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13일 서구 하천팀 관계자는 "경인아라뱃길 방문객이 많아지고 있어 앞으로 주말에는 다른 하천을 관리하는 인력까지 단속 활동에 투입할 계획"이라며 "단속을 하려고 해도 저항이 심하고 지자체에는 관리권이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