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국에서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하지만 닭고기 가격은 올들어 오히려 떨어지는 등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자동화'가 고기값 차별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12일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닭고기 가격은 3월 기준 파운드(1파운드는 0.45㎏) 당 1.4달러로 1년 전에 비해 4.6% 떨어졌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이 본격화된 4월에도 닭고기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미 농무부는 분석했다. 반면 3월 소고기 값은 파운드당 5.63달러로 8.7%, 돼지고기 값은 파운드당 3.4달러로 3.1% 뛰었다.

선물 시장을 보면 시카고상품거래소의 돼지고기 5월물은 4월초 41달러선에서 최근 66달러까지 올랐다. 소고기 5월물도 같은 기간 83달러에서 92달러로 상승했다. 최근 육류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은 가공 공장들이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해 일제히 가동을 중단해 병목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농장에선 큰 타격 없이 소와 돼지를 키웠기 때문에 경제성을 잃을 정도로 많이 자란 가축들을 살처분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반면 닭고기 공장은 큰 영향 없이 가동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 닭고기 공장이 대부분 도살부터 분해, 발골까지 자동화 체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라고 설명했다. 반면 돼지고기 가공 자동화는 막 시작하는 단계이며, 소고기 가공은 여전히 대부분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 닭은 소나 돼지에 비해 짧은 기간에 균등한 크기로 자라기 때문에 사육 단계에서부터 대부분 실내에서 길러진다.

꾸준한 자동화 덕분에 닭고기 가격은 꾸준히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935년 이후 80여년 간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닭고기 가격은 62%나 하락했다. 돼지고기값도 12% 떨어졌지만 소고기는 63% 올랐다.

미국에서 닭고기 소비량은 1990년대에 돼지고기를 제쳤으며 2000년대 들어선 소고기까지 밀어내고 1위에 올라섰다. 2018년 기준 미국은 430억파운드의 닭고기를 생산한 1위 생산국이다. 2위는 330억파운드의 브라질이다. 미국 내 고용인구에서도 닭고기 산업 종사자가 24만8600명으로 다른 육류 합계(28만6900명)과 맞먹는 수준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