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자력 진출에 힘 보탤게요"
여자 아이스하키 엄수연, 사상 첫 미국 대학 1부리그 진출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간판 수비수 엄수연(19)이 미국 대학 1부리그에 입성한다.

엄수연은 미국 뉴욕에 있는 세인트로런스대에 아이스하키 특기생으로 선발돼 9월 입학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수가 남아있긴 하지만 엄수연이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역사를 새로 쓸 날이 머지않았다.

그동안 캐나다 대학 1부리그 진출 사례는 있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 남북 단일팀의 간판 골리로 활약한 신소정(30)은 캐나다 대학 1부리그인 세인트 프랜시스 자비에르대에서 뛰었다.

대표팀 주포 박종아(24) 역시 캐나다 서스캐처원대에 스카우트되는 기쁨을 안았지만, 캐나다보다 수준이 높은 미국 1부리그 진출은 엄수연이 사상 처음이다.

초중고, 대학을 통틀어 여자 아이스하키팀 하나 없는 척박한 국내 환경을 고려하면 기적에 가까운 성과다.

엄수연은 지난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초로 미국 대학 1부리그에 진출하는 만큼 그곳에서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며 "1부리그 팀들과 경쟁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보성고-한양대에서 수비수로 활약한 오빠 엄현호를 따라 13살 때부터 스틱을 잡은 엄수연은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에서 가장 전도유망한 재목으로 주목받아왔다.

여자 아이스하키 엄수연, 사상 첫 미국 대학 1부리그 진출
새러 머리 전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감독은 대표팀 내 최고의 재능으로 주저 없이 엄수연을 꼽았다.

미국 아이스하키 명문인 미네소타 덜루스대에서 2차례 우승을 경험한 수비수 출신인 머리 감독은 같은 수비수인 엄수연을 지극히 아꼈다.

공식 훈련이 끝난 뒤 머리 감독이 엄수연을 개인 지도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엄수연은 키 158㎝로 체구는 작지만 타고난 힘이 좋아서 체격이 큰 서양 선수들과의 문전 앞 몸싸움에서 좀처럼 밀리지 않는다.

강력한 슬랩샷을 보유해 파워플레이(상대 선수 페널티로 인한 수적 우세) 상황에서 빠지지 않는 옵션이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엄수연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그를 2015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콘월에 위치한 아이스하키 전문 교육기관 온타리오 하키 아카데미(OHA)에 파견했다.

선진 시스템 속에서 경기력을 끌어올린 엄수연은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만 16살의 나이로 국제대회 데뷔전을 치렀다.

성장을 거듭한 엄수연은 2018 평창올림픽에서는 역사적인 남북 단일팀의 1라인 수비수를 도맡았다.

엄수연의 미국 대학 1부리그 진출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세계 무대에 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본인의 노력과 협회의 유망주 육성 프로그램이 어우러진 결실이다
엄수연은 "내가 올림픽에서 뛴 첫 세인트로런스대 선수라는 얘기를 학교 측에서 듣고 많이 놀랐다"며 "돌이켜 생각해보면 난 너무나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것을 받은 만큼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가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자력 진출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강조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엄수연, 사상 첫 미국 대학 1부리그 진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