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10일(현지시간) 북한과 의미 있는 협상을 할 수 있다는 뜻을 다시 한번 밝혔다. 작년 10월 스톡홀름 협상 결렬 이후 교착 상태에 빠져있는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의 끈이 아직 완전히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밝힌 독자 남북한 협력 사업 추진에 대해선 비핵화 노력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의 특별연설에 대한 서면질의와 관련해 “미국은 북한이 더 밝은 미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북한과 의미 있는 협상을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그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지난달 11일 이후 20일간 잠행 뒤 공개석상에 다시 나타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대화 재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과의 향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유연한 접근법(flexible approach)’을 취하겠다는 의향도 재차 밝혔다.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의 모든 약속들에 대한 균형 잡힌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유연한 접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특별연설에서 언급한 독자 남북 협력 추진에 대해선 “미국은 남북 간 협력을 지지하며, 남북 협력이 반드시 비핵화에 대한 진전과 발맞춰 진행될 수 있도록 한국 측과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핵화 보조’라는 단어는 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를 시작으로 독자 남북 협력 사업 추진을 강조할 때마다 미국 측이 내놓은 공식 입장이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협력 사업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대북 제재 범위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을 사전 압박한 것이란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이제는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 간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은 찾아내서 해나가야 한다”며 “남북 철도 연결이나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개별관광, 이산가족 상봉, 실향민의 고향 방문, 유해 공동 발굴 등의 제안은 모두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