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브라질 채권의 평가 손실이 30%가량 발생하면서 ‘브라질 채권 잔혹사’가 되풀이되고 있다. 국내에 8조원어치 팔린 브라질 국채는 표면 이자율이 10%로 높지만 채권 가격과 환율 변동성이 커 ‘대박’ 아니면 ‘쪽박’ 사이를 오간다.

국내서 8조원어치 팔렸는데…되살아난 '브라질 채권 잔혹사'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년 만기 브라질 국채 투자 수익률이 올 들어 -29.4%를 기록하고 있다. 2029년 1월 1일 만기 국채 기준이다. 헤알화 가치가 폭락한 영향이 컸다. 원·헤알화 재정환율(달러화를 매개로 간접 계산)은 지난해 말 헤알당 287원16전에서 지난 6일 216원19전으로 24.7% 하락했다. 헤알화 가치가 이처럼 약세를 보인 탓에 원화를 헤알화로 바꿔 브라질 국채를 산 한국 투자자는 그만큼 환손실을 봤다.

여기에 작년 말 연 6.28%였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지난 6일 연 7.27%로 오르면서 채권 가격에서도 4.7%가량 평가손실이 났다. 이것도 지난 3월 연 9.15%까지 치솟았던 채권 금리가 안정을 찾으면서 평가손실이 줄어든 것이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브라질 국채 투자 전망은 밝았다. 지난해 10월 연금 개혁안이 의회에서 최종 통과되며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가 줄었다. 세계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면서 연 2%대 성장률 달성도 기대됐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브라질 경제가 다시 수렁에 빠져들면서 사달이 났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중앙은행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헤알화 가치가 버틸 재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6일 기준금리를 연 3.0%로 0.75%포인트 인하했다. 1996년 기준금리 도입 이후 최저다. 올 들어서만 1.5%포인트 낮아졌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국채 금리도 따라서 내리기 마련이지만 10년물 국채 금리는 오히려 상승(가격 하락)하며 평가손실을 키웠다. 재정 지출 확대로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가 다시 커진 가운데 정치 혼란까지 겹친 탓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브라질을 떠나면서 채권 금리는 오르고 주식시장은 급락했다.

국내 투자자의 브라질 채권 투자가 큰 평가손실로 이어진 건 벌써 세 번째다. 2014년 브라질 채권 투자 열풍이 처음 불고 이듬해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브라질 국가 신용등급을 내리자 투자 금액의 절반가량이 날아갔다. 2016년에도 연간 71%의 수익이 나자 증권사들이 또 추천 상품으로 내세웠지만 2018년 헤알화가 급락하며 그해 약 20% 평가손실이 났다. 업계 관계자는 “브라질 채권 판매 수수료가 1.5~2%에 이르다 보니 증권사들이 조금만 전망이 밝아도 추천 상품으로 내걸고 있다”며 “하지만 워낙 변동성이 커 실제 수익은 예상을 벗어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수익률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센터장은 “기준금리가 추가 인하될 것으로 보이고 정치 혼란도 더 커질 수 있다”며 “헤알화 약세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