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수업' 김진민 감독/사진=넷플릭스
'인간수업' 김진민 감독/사진=넷플릭스
"청소년 드라마이지만, 청소년들이 볼 드라마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인간수업'에 대한 연출자 김진민 감독의 소개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인간수업'은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쉽게 돈을 벌기 위해 성을 팔고, 이를 이용하고, 그로 인해 벼랑 끝에 몰리는 10대들의 이야기를 현실감있게 그려내며 "급식이 하이퍼리얼리즘"이라는 평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소재와 표현 때문일까.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고등학생들은 볼 수 없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김진민 감독은 MBC '개와 늑대의 시간', '로드 넘버원', '오만과 편견', '계약결혼' 등을 연출했다. '인간수업'은 tVN '그녀는 거짓말을 좋아해' 이후 3년 선보인 신작이다.

김진민 감독은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청소년관람불가라고 생각했다"며 "표현 때문이 아니라 주제 때문에 청소년 관람불가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인간수업' 김진민 감독/사진=넷플릭스
'인간수업' 김진민 감독/사진=넷플릭스
▲ 공개되고 일주일이 지났다. 평이 좋다.

좋은 평가가 많아서 감사한데 조심스러운 작품이라. 그냥 많이 생각하시고, 배우들에게 많은 응원을 해주셨으면 한다.

▲ 극중 등장하는 조건 만남, 앱 등은 N번방, 다크웹과 관련성이 보인다.

휴대전화를 이용해서 사용하는 범죄인데 현실적으로 일어날까 싶었다. 제작을 마치고 나서 N번방 사건도 터지고 그보다 더한 일들이 이전부터 많았다는 걸 알았다. 만들면서 조심했지만 그런 부분에 대한 미화가 있으면 안될 거 같아서 더욱 염두했다. 침묵하는 피해자가 있는 사건을 다루고 있어 그런 부분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가져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소재로 등장한 미성년자 성매매 중계나 성매매 등도 제가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성매매 자체에 대해 제가 제가 잘 몰랐거나, 왜곡된 시선을 교정하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책도 읽고, 논문도 읽었다. 나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정확한지 가늠을 많이 했다.

▲ 연출을 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인간수업'은 만17세, 고등학교 2학년 4명의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저들이 처한 상황에서 자신이 나쁜 일을 저지르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가, 그 선택이 어떤 식으로 이어져서 결과를 책임질 것인가, 그런 부분에 대해 고민했다. 인생을 많이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사진=넷플릭스 '인간수업' 스틸
/사진=넷플릭스 '인간수업' 스틸
▲ 청소년 이야기인데 '청불'이다.

표현 때문이 아니라 주제가 '청불'이었다. 고민을 많이 했다. 이 이야기가 나오고 나면 청소년이 관심을 가질 순 있는데, 청소년이 바로 보는 드라마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대신 드라마 상에서 구현되는 폭력, 선정성의 수위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아야 할 거 같았다.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연출가로서 더 극도로 자제해야 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 부분에 대해 제작진에게도 제가 해석한 부분에 대해 먼저 말했고, 그분들도 함께 공유하면서 이런 제작이 가능했다.

▲ 배우들의 연기나 캐릭터가 찰떡이라는 평이다. 캐스팅을 하고 디렉션을 주면서 염두에 둔 부분이 있다면?

극중 인물과 배우 연령이 가까와서 배우의 생각이 제 상상과 표현보다 맞다고 생각했다. 배우의 표현점이 저를 넘어선다면, 그걸 따라가야 한다고 보고 시작했다. 배우들을 캐스팅할 땐 시청자들이 그들의 감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외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캐스팅이 확정된 후 4명과 고민도 많이 하고, 대화도 많이 했다. 촬영을 하면서 배우로서 한계점과 돌파지점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이 보여서 그들의 연기를 의심하지 않게 됐다. 중반 이후 리듬을 타서 길만 잃지 않도록 연출했다.
/사진=넷플릭스 '인간수업' 스틸
/사진=넷플릭스 '인간수업' 스틸
▲ 교복입은 학생들의 미성년자 성매매를 다룬 한국 드라마는 넷플릭스가 아니라면 나올 수 없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처음부터 넷플릭스가 검토한다는 얘길 들었고, 대본을 보고선 겁이 났다. 그러면서도 '이걸 잡지 않으면 후회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 때문에 하지 않을 작품이라면 뭐가 오더라도 두렵지 않을까 싶었다. 젊은 신인 작가가 굉장히 솔직하게 쓴 글 같았다. 용서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그냥 그 자체로 보는 그 작가의 시선이 날 위에 선 느낌이었다. 그래서 같이 작업하고 싶었다.

▲ MBC 시절 감독님의 작품을 떠올리면 '인간수업'은 파격에 가깝다.

지상파는 여기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고, 이런 이야기를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전할때 표현하고 송출하고 그 서비스를 책임을 지는 것도 있고. 그걸 보며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MBC에서 방영했을 때 시청자들이 이걸 합당하다 볼 수 있을까. 이건 매체에 맞게 조절되는게 맞는 거 같다.

'인간수업'은 넷플릭스가 아니면 나오기 힘든 작품은 맞다. 현재 한국에서 영화를 제외하곤 이런 소재를 할 수 없지 않나. 다른 매체는 너무 많은 대중이 접속만 하면 쉽게 볼 수 있으니까. 반면 넷플릭스는 제한을 주면서 책임을 지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 넷플릭스와는 첫 작업이다. 어땠나.

작업환경은 개선되고 있어서 비슷하다. 넷플릭스는 좀 까다로운 편이다. 만든 후까지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관심을 주고, 관여를 하니까. 이쪽에 피드백을 받으면서 고민할 부분이 많았다. 협상이 안되는 부분도 진지하게 고민을 해줬고. 그런 상승작용이 일어난 좋은 케이스 같다.
/사진=넷플릭스 '인간수업' 스틸
/사진=넷플릭스 '인간수업' 스틸
▲ 각본을 집필한 진한새 작가는 송지나 작가 아들이다. 어떻게 만난건가.

처음 만나고 계속 들었던 생각은 '귀가 좋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의 핵심을 듣고, 그걸 고민하고, 작품을 놓고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힘이 있다. 자신의 의견보다 더 좋은 것이라면 주저없이 폐기하고 타인의 의견을 반영한다. 그래서 이 사람은 '의견을 곡해하지 않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때론 이견이 생겨도 편견없이 받아들이고, 성실하게 작업해줘서 굉장히 고마웠다.

▲ 넷플릭스는 전 회가 한번에 공개된다. 장단이 뭐라고 생각하나.

한 번에 공개되니까 순차적인 반응을 보지 못해서. 이런건 어떻게 다가올지 감도 안왔다. 공개된 후 넷플릭스 순위가 나오는 데, 그건 두어번 들여다 봤다.(웃음) 첫날엔 순위에 이름이 없었다. 그래서 마음을 비웠다. 드라마 특성상 '킹덤'처럼 많은 사람이 즐기는 흥행요소가 가득한 오락물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욕을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르게 해석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서 그 지점만 염두했다.

▲ 그런데 1위에 올랐다. 순위 보니 기분이 어떻던가.

머리 속으론 '저건 숫자에 불과해' 하지만. (웃음) 부담은 된다. 앞으로 이 숫자가 기준이 되겠구나 싶어서. 1까지 가서 기준이 1이되면 제 인생이 괴롭지 않을까.

▲ 시즌2는 나오는 건가?

넷플릭스에 확인해 달라.(웃음) 시작할 땐 다음 시즌을 생각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잡힌 얘기가 강했다. 강하고, 자극적이고 그렇게 가는게 어느 정도까지 갈 수 있을까 이런 부분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시즌제로 갈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않고 시작을 했다. 시즌의 여부는 시작할 때도 그렇고, (촬영) 하는 내내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 시즌2 얘기가 나오는 배경에 열린 결말이 있다.

2개의 결말이 있었는데 이게 다수의 의견이었다. 연출을 하면서 신경을 쓴 건 사실 이들이 멈출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다는 거다. 인생을 살면서 잘못된 선택을 하면 신호등이 켜지는데, 애들은 거기서 뭄추지 않는다. 이런 선택이 미화되지 않는 드라마라 판단했고, 여기에 힘이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 마지막까지 4명다 누구 1명도 사랑받기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사랑받을 캐릭터도 아니고. 그럼에도 무조건적으로 처벌을 강요하는 드라마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보고 시청자들이 잘못된 걸 인지하는 정도만 담기 위해 그 부분을 신경썼다. 작가분도 그런 믿음을 만들어 주셨다.

▲ 어린 배우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연기 호평이 이어졌다. 연출자로서 도움을 준 부분이 있을까.

저는 답을 주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답을 제시한다고 해서 그게 똑같이 전달되는 건 아니지 않나. 서로 질문을 주고받다 보면 저들은 창의적인 존재라 알아서 답을 찾아가더라. 후반에 감정이 격해지면 이성적으로 표현해 내는게 쉽지 않는데, 감정의 선을 타고 가더라도 이성적인 부분을 써야 할 때 제 경험과 책, 영화 등을 생각하면서 소통했다. 무엇보다 어린 배우들 옆에 선배 연기자들이 있었다. 선배들이 어떻게 해석하는지 보면서 힌트를 많이 얻었을 거고, 그런 면에서 최민수, 박혁권, 박호산, 김여진 씨 모두 그들에게 또 하나의 감독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진=넷플릭스 '인간수업' 스틸
/사진=넷플릭스 '인간수업' 스틸
▲ 아내 김여진과의 작업은 어땠나.

작품을 할 땐 그냥 배우와 감독이다. 처음엔 어린 배우들의 연기적인 접근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저는 거친 연출자인데 다들 나이도 어리고. 그런 고민을 얘기했다. 특히 정다빈 씨와 박주현 씨에 대해 어떻게 연출로 접근할 수 있을지 고민할 때 조언을 많이 해줬다. 또 선배 배우로서 애착도 보여주고, 힘을 준 거 같다. 같이 작품을 한 배우를 아끼는 건 연출보다 선배 배우다. 그걸 어린 배우들도 느낀 거 같다. 최민수 씨도 정말 많이 챙겨주시고, 박혁권 씨는 기다리는 시간도 많았는데, 애들을 위해 한 번 더 테이크를 해주고 할 땐 정말 감사했다.

▲ 주연배우 4인방이 찍으면서도 성장한 거 같다. 특히 더 성장이 보이는 배우가 있었다면.

배우가 연출을 만나 성장한다기 보단 작품을 만나 성장한다고 본다. 저 혼자만 작업한 것도 아니고. 촬영장에서 촬영감독님도 정말 많은 얘길 해주셨고, 동시녹음해주는 기사님도 목소리나 느낌 등이 어떻게 나올지 설명해 줬다. 모든 스태프가 배우들에게 자신의 모든 노하우를 전했다. 애들이 그걸 아니까 현장이 편했다. '생각보다 길을 빨리 찾겠구나' 싶었는데 맞아떨어졌다. 그 후엔 '나만 조심하면 되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 '인간수업' 제목이 독특하다. 어떻게 정해진 건가.

'인간수업' 제목은 영어 제목이 먼저 '엑스트라 커리큘럼'으로 정해져 있었다. 직역하면 '방과후 수업'인데, 이미 나온 콘텐츠가 많더라. 그래도 수업을 넣고 싶었다. 거기에 가장 중립적인 명사로 '인간'이 와닿았다. 여러 후보군이 있었는데 회의를 통해 '인간수업'이 최종 선택됐다.

▲ 청소년들의 범죄가 물론 잘못됐지만 어른이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어른의 책임론도 어느정도 염두에 둔 것 같다. 어른의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나.

주변을 봤을 때 어른들은 극중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잘못하면 신호등을 켜주는 사람 아닌가. 그 신호를 받아들이냐, 마냐에 따라 인생이 갈린다. 그 부분이 드라마에도 담겨 있다는 게 좋았다. 그래서 어른들의 연기를 담을 때 찰나라도 보일 수 있도록 편집할 때 고려했다.
/사진=넷플릭스 '인간수업' 스틸
/사진=넷플릭스 '인간수업' 스틸
▲ 결말 후 지수와 규리, 두 인물의 삶이 어떻게 그려졌을 것 같을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생각해보진 않았다. 촬영을 할 때 배우들에게도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했다. 제가 두 사람의 죄를 사하거나, 용서할 입장은 아니니까. 둘은 자기 인생을 살았을 거다. 선하거나 악하거나. 모른척하거나. 시청자들이 지수가 될 수도, 규리가 될 수도 없겠지만 그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순 있지 않을까. 드라마는 끝났다. 그냥 시청자들이 지금의 자신의 삶에 대해서 잘 살고 있는지 돌아보는, 그 정도의 시선만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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