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수업 학부모 찬반 맞서 "아직 이르다" vs "더는 안된다"
고3 "중간고사 등 입시 준비 늦었다…대면 수업 빨리해야"
1인 1좌석·급식실 칸막이…교육 당국 등교 개학 준비 분주
초중고 순차 등교에 학생·학부모 "이젠 학교 간다…기뻐요"
교육부가 초·중·고등학교 등교 수업 시기를 발표하자,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젠 학교에 가도 될 것 같다"며 대체로 등교 수업을 반겼다.

대구 수성구 한 고교 2학년인 이모(17) 군은 "아직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학교에 다시 나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뉴스에서 1학기 전체를 온라인 수업으로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어 걱정했는데 친구들과 선생님 얼굴을 보면서 공부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대구 달서구 주부 김모(45) 씨는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는 이유로 아이가 온종일 컴퓨터 앞에만 있어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야 정상을 되찾아가는 것 같다"고 안도했다.

김 씨는 "아이가 아침마다 '학교 가고 싶다'고 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학교와 친구의 소중함을 많이 느끼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13일부터 등교하는 고3 학생들은 빠듯해진 입시 일정 때문에 누구보다 등교 수업을 기다려왔다.

부산 해운대에 사는 김모(18) 군은 "지금까지 온라인 수업만 해왔기 때문에 대학 진학과 관련된 학습과 정보를 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6월 중간고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대면 수업을 하루라도 빨리해야 한다"고 했다.

울산에 사는 고3 수험생 학부모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해도 아침에 늦잠을 자는 등 생활이 불규칙해지는 문제는 고치기 어려웠다"며 "등교 수업을 하면 생활 리듬을 바로 잡고 입시 공부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등교 수업 시기에 관해서는 찬반 논란도 제기됐다.

초중고 순차 등교에 학생·학부모 "이젠 학교 간다…기뻐요"
경기도교육청 자유게시판에는 등교 수업과 관련한 의견이 엇갈렸다.

한 초등학교 학부모는 "아직은 개학할 상황이 아니라는 의견도 많다"며 "학교에 가서 한 명이 감염되면 1·2차 전염으로 이어진다"며 "최초 확진자 아이가 마녀사냥 대상이 돼 상처받는 것까지 생각해봤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에 고등학생 학부모는 "언제까지 개학을 미룰 수 없어 고등학생만이라도 등교해야 한다"며 "입시부담이 없는 초등학교는 개학을 늦추더라도 중·고교는 5월 등교 수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자녀 돌봄에서 벗어나는 해방감과 함께 학교 내 방역 조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복잡한 심경을 나타내기도 했다.

서울에서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직장인 강모(38) 씨는 "아이 때문에 그동안 재택근무를 해왔는데 드디어 회사에 갈 수 있게 됐다"며 "아이 숙제인지 엄마 숙제인지 알 수가 없던 e학습터에 더는 접속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너무 반갑다"고 등교 수업을 반겼다.

강씨는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름이 다가오는데 아이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쓸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지도할 수 있을지, 모든 아이가 모이는 공동화장실에서 손 씻기는 제대로 될지, 급식 먹을 때 서로 침이 튀지나 않을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걱정했다.

다른 학부모는 "등교 수업에 따른 코로나 감염에 대비해 마스크 지원·착용 의무화와 교실 1인 좌석 배치, 급식실 칸막이 등 실질적인 조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학교 3학년 딸을 둔 오모(49) 씨는 순차 등교 소식에 사교육비가 줄어들까 기대했다.

오씨는 "불안해서 지난 2월부터 딸에게 인터넷 강의를 듣도록 했고 지난달부터는 학원들이 다시 문을 열어 오전에는 인터넷 강의를, 오후에는 학원 수업을 하도록 했다"며 "인터넷 강의에 학원까지 다니다 보니 매달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100만원이 넘었다"고 한숨 쉬었다.

초중고 순차 등교에 학생·학부모 "이젠 학교 간다…기뻐요"
등교 수업에 대비해 온 교육 당국도 학교별 방역 대책을 재점검하는 등 분주해졌다.

경기도 용인 A고등학교는 등교 수업을 앞두고 교실과 급식실 배치부터 확 바꿨다.

교실 책상은 1인 1좌석 형태로 재배치했고 교실 뒤쪽 사물함을 복도 밖으로 내보내 교실 공간을 조금 더 확보했다.

390좌석을 보유한 급식실 테이블에도 칸막이를 설치해 침방울 전파를 최소화하고 학생들을 2∼3개 그룹으로 나눠 시차를 두고 식사하도록 한다.

A고 교감은 "등교 시, 점심 전·후 등 3∼4차례에 걸쳐 발열 체크할 예정"이라며 "교육청 코로나19 관리지침에 따라 선풍기, 공기청정기, 에어컨은 가급적 사용을 자제하고 자연 환기를 원칙으로 할 예정이지만, 날이 벌써 초여름 수준으로 더워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은 등교 수업에 대비해 각종 방역용품을 준비하고 전문업체를 통한 학교 내 방역 소독을 강화하는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유·초·중·고·특수학교 모든 학생과 교직원 등 32만9천여 명이 최소 22일 동안 쓸 마스크 739만장도 확보했다.

손 소독제는 학급당 2개씩, 18일간 사용할 수 있는 46만8천여 개를 확보했고 학급당 1개 이상 비접촉식 체온계와 학교당 1∼2대 열화상 카메라를 준비했다.

학교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시교육청과 교육지원청에 24시간 상황실을 운영하고 '원스톱 지원시스템'도 구축한다.

등교 수업 이후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4개 대학병원과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등교 수업에 대한 학부모의 불안감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기에 무엇보다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주, 이덕기, 허광무, 임기창, 조정호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