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김희애·'굿캐스팅' 최강희·'화양연화' 이보영
다변화한 드라마 장르, 4050대 여우들 주종목 찾아 굳히기
과거 로맨스 드라마의 꽃으로만 그려졌던 여배우들이 최근 장르 다변화에 힘입어 각자 자신만의 영역 구축에 나섰다.

그중에서도 40~50대 중년 여배우들은 농익은 연기력을 무기 삼아 섬세한 묘사력과 깊은 감정 표현이 필요한 다양한 장르에서 실험과 도전을 지속하며 주 종목 굳히기에 들어갔다.

다변화한 드라마 장르, 4050대 여우들 주종목 찾아 굳히기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장악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속 김희애(54)는 연기력 면에서 독보적 색채를 띤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4일 그에 대해 "멜로 연기도 되고 동시에 장르극 연기도 되는 배우다.

섬세한 심리 표현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김희애는 특히 이번 작품을 통해 '김희애표 치정극'의 기승전결을 완성했다는 농담 반 진담 반 평가도 듣는다.

그가 출연했던 '내 남자의 여자'(2007), '아내의 자격'(2012), '밀회'(2012) 역시 '부부의 세계'처럼 불륜을 소재로 했다.

작품 속 캐릭터가 처한 상황은 제각기 달랐지만, 김희애의 탄탄하고도 섬세한 심리 묘사 능력은 매번 인물과 스토리에 개연성을 부여했다.

특히 '부부의 세계'에서 김희애가 연기하는 지선우는 복잡다단한 인물이다.

이태오(박해준 분)와의 가장된 행복, 그 행복이 산산조각이 나는 순간, 전 남편과 내연녀를 향한 복수 그리고 상대의 '되치기' 속에서 감정의 파동이 쉴 새 없이 요동친다.

때로는 시원한 복수를 하면서도 지선우 역시 점점 고향 같은 고산 마을에서 고립되며 심신이 피폐해져 간다.

김희애는 이러한 과정을 절제된 톤으로 몰입감 있게 그려내며 극의 중심을 단단히 붙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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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부터 시청률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순항을 시작한 SBS TV 월화극 '굿 캐스팅'으로 돌아온 최강희(43)도 해당 나이대에서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연기자로 꼽힌다.

정 평론가는 "독특한 캐릭터들을 잘 소화해내는, 색다른 결을 가진 배우"라고 평했다.

동안을 무기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왔던 그는 40대에 접어들어서는 탐정, 국정원 요원 같은 특수직종(?)을 주로 맡으며 자신만의 캐릭터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상파 시즌제 드라마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KBS 2TV '추리의 여왕'에서는 엉뚱한 유부녀 탐정으로 변신해 독특한 추리극을 선보였다.

또 이번 '굿 캐스팅'에서는 MBC TV '7급 공무원'(2013)에 이어 7년 만에 국정원 요원에 도전 중인데, 7년 전 풋풋한 모습과 달리 능수능란한 '아줌마 요원'이라 눈길을 끈다.

그는 극 초반부터 남다른 터프함과 액션 실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위장 잠입 등의 에피소드에서는 코믹함을 더하며 최강희표 장르극의 강점을 자랑한다.

다변화한 드라마 장르, 4050대 여우들 주종목 찾아 굳히기
'내 딸 서영이'(2012~2013)부터 '신의 선물-14일'(2014), '귓속말'(2017), '마더'(2018)까지 하는 작품마다 완성도와 연기력 등에서 늘 좋은 평가를 받는 이보영(41)도 최근 tvN 새 주말극 '화양연화'로 돌아왔다.

이보영 역시 수려하고도 강단 있는 외모와 묵직한 연기 톤을 바탕으로 복합장르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정 평론가는 "이보영도 멜로와 장르극을 함께 소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라고 말했다.

때로는 배신당하고 복수를 꿈꾸는 여인으로, 때로는 피가 섞이지 않고도 절절한 모성애를 보여주는 '엄마'로 변신했던 그는 이번에는 첫사랑과 재회한 40대의 아련한 멜로를 보여준다.

현재와 과거를 왔다 갔다 하는 플롯은 과거 청춘 멜로에서는 복고풍의 풋풋함을, 현재의 중년 멜로에서는 원숙함과 애틋함을 교차해 전달한다.

이보영은 자신이 연기하는 윤지수의 아역 전소니가 쌓은 20대의 서사를 고스란히 흡수, 40대의 멜로도 순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만큼이나 묵직한 파트너 유지태와의 호흡도 일단은 합격점 받았다.

지난한 세월을 거쳐온 두 사람이 설국 속 기찻길에서 재회하는 모습은 초반 흡인력을 제대로 발휘한 장면이었다.

'화양연화'는 쟁쟁한 주말극들 사이에서도 4~5%대(닐슨코리아 유료가구)의 시청률을 보이며 선전하고 있다.

정 평론가는 40~50대 여배우들의 활발한 활동에 대해 "최근 장르극이 늘었는데 장르극에서는 좀 더 직업적 특성을 살린 캐릭터들이 부각된다.

여배우들도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그런 변신들이 필요해 다양한 도전과 시도, 노력이 나오는 것 같다.

결국 드라마 환경 변화에서 스스로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