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 (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9일 제주의료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사 A씨 등 4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 신청을 반려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A씨 등 4명은 2009년 임신해 이듬해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 4명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났다. A씨 등은 알약을 삼키기 힘든 환자를 위해 약을 가루로 만드는 과정에서 임산부에게 치명적인 유해물질에 노출됐다며 2012년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근로공단은 "업무상 재해는 근로자 본인에게만 해당된다"며 거부했다. 이에 불복한 A씨 등은 "임산부와 태아는 한 몸"이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간호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라며 "태아에게 미치는 어떠한 영향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법적 권리·의무는 모체에 귀속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심은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은 근로자 본인의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산재보험법의 해석상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로 취급된다"며 "여성 근로자와 태아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업무상 유해 요소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출산으로 모체와 태아가 분리되더라도 이미 성립한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소멸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