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상황에 더 빛나는 역할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계층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다. 수출시장과 내수시장이 동시에 침체되는 가운데 자금 여력이 없는 소규모 경제주체들부터 생존의 기로에 내몰리고 있어서다.
한국전력은 이달부터 3개월간 소상공인들의 전기요금 납부 기한을 3개월씩 미뤄주기로 했다. 해당 기간에는 전기료 미납 연체료도 부과되지 않는다. 지난 1일부터는 코로나19와 관련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대구광역시와 경북 3개 지역의 소상공인 사업장 19만5000곳의 전기요금을 감면해 주고 있다. 이달부터 6개월간 납부해야 할 전기요금의 절반을 깎아준다.
무역보험공사는 수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흔들리지 않도록 각종 대책을 내놨다. 무보의 보증을 받아 금융권에서 자금 대출을 받기까지 2주 정도 걸리던 심사 기간을 최대 절반으로 단축할 수 있도록 했다. 수출 채권을 조기에 현금화해야 하는 중소·중견기업에는 최대 7000억원의 보증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업황 악화 등으로 기업 신용도가 떨어지더라도 앞으로 1년간 수출신용보증 금액을 깎지 않고 연장하기로 했다. 해외 거래처의 신용도에 연동되는 단기 수출보험 한도를 당분간 낮추지 않기로 하는 등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수출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책도 내놨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농가들이 판로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주목해 비대면 마케팅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박람회를 개설해 농가와 농업 관련 업체들이 해외 바이어에게 상품 전단을 온라인으로 발송하고 샘플을 전해 줄 수 있도록 했다. 추가 상담이 필요한 구매자를 위해서는 전화 상담도 주선한다. 이를 위해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등의 전화 통역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개학 연기로 학교급식 판로가 막힌 친환경 농산물 소비 활성화에도 나섰다. 쿠팡과 티몬 등 전자상거래업체를 통해 나흘 만에 농산품 1651개 꾸러미를 판매하기도 했다.
너도 나도, 줄 잇는 기부
회사와 직원들이 함께 힘을 모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지원에 나선 공기업들도 있다. 수자원공사는 노사가 공동으로 4억2000만원 규모의 ‘전통시장 소비 활력 제고’ 재원을 조성했다. 방역물품과 생활필수품을 전통시장에서 구입해 소비 활력을 높이고, 해당 물품은 의료시설과 복지시설에 기부하는 활동이다.
한전KPS는 온라인 개학에 따른 원격수업 지원을 위해 5억원어치의 전용 단말기를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 등에 기부했다. 단말기 대수는 1500대에 달한다. 취약계층이 원격수업으로 불이익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서부발전은 충남 태안지역의 협력기업 및 소상공인을 위해 이자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해당 업체가 금융권에서 빌린 돈의 이자 80~90%를 대신 내주는 것이다. 2억원의 자금을 공급해 73개 업체가 수혜를 입고 있다.
전기안전공사는 지역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이달 임직원 급여의 10%를 전통시장 등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으로 구매해 전 직원에게 지급했다.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경기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상품을 집중적으로 구매하기 위해서다.
지역난방공사는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 등지의 지역 특산품 7000만원어치를 구매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본사 및 19개 사업소에서는 1000만원 상당의 꽃다발과 화분을 구매했다.
남동발전은 1억3000만원어치의 화훼류를 구매하며 화훼농가 지원에 발 벗고 나섰다. 화훼 농가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화훼 수요가 급감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고 있어서다. 원격수업이 필요한 경상남도 지역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해 전용 단말기 200대를 전달하기도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