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중앙정부에 ‘포괄 지방채’ 허용 등 지방채에 대한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재정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막대한 비용을 지방채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이 같은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어 각 지자체가 추진 중인 각종 코로나지원금 조달에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자체 "포괄 지방채 허용해야"…정부와 코로나지원금 갈등 불붙어
“지방채 용도 제한 완화 필요”

26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서울시 인천시 대구시 경상남도 등 지자체들이 최근 행안부에 “지방채로 조달한 자금의 용도 제한을 완화해달라”고 잇따라 건의했다. 대구시는 행안부에 지난 23일 포괄 지방채 발행을 허용해달라는 공문을 보냈고, 서울시와 인천시 강원도 등도 지방채 제한 완화를 요구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24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영상회의’에서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피해 지원을 지방채 발행이 가능한 재해사업에 포함해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지방재정법상 지자체가 발행하는 지방채는 원칙적으로 경상성(일회성) 지출이 아닌 투자성 지출에만 쓸 수 있다. 다만 재해예방 및 복구사업이나 천재지변으로 발생한 세입 결함을 보전할 때는 지방채를 활용할 수 있다.

행안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비롯한 코로나19와 관련한 지원금이 투자가 아닌 일회성 지출이기 때문에 지방채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코로나19가 ‘천재지변’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법적 논란이 있어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고 행안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코로나19가 예측불가능한 재난이기 때문에 법 해석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역경기는 유례없이 얼어붙은 상황”이라며 “세출 구조조정과 재난관리기금만으론 지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 지방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도

지자체들은 재정건전성 규제도 완화해달라고 행안부에 요청하고 있다. 현행 규정상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25%를 초과하면 ‘주의’ 단체로 지정하고 있는데 이를 한시적으로 완화해달라는 것이다. 서울시의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올해 계획한 지방채 3조원을 발행할 경우 23%에 이른다.

긴급재난지원금 재정 분담률에 이어 자금 조달 방안까지 혼선이 이어지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코로나발(發) 마찰’은 증폭되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방 분담과 관련한 방침이 오락가락하는 데다 지방채 발행에도 부정적이어서 코로나지원금에 대한 구체적인 재원 조달 계획을 짜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포괄 지방채를 도입하고 지방채 제한을 완화할 경우 지방재정의 건전성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한국행정학회장)는 “법에서 지방채를 투자성 용도로 제한한 것은 4년 임기의 지자체장이 마구잡이로 빚을 늘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방채 발행이 급증하면 지자체의 재정건전성이 한순간에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포괄 지방채

지방채로 조달한 자금의 용도를 제한받지 않는 지방채. 현행법상 지방채는 원칙적으로 경상성(일회성) 지출이 아닌 투자성 지출에만 쓸 수 있도록 제한돼 있어 지자체들은 포괄 지방채를 발행할 수 없다.

하수정/박종관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