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중순 이후 급락과 급등을 겪은 증시가 변동성을 줄여가고 있다. ‘불안한 안정’을 찾아 일부 투자자는 다시 기업 실적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주가가 급변할 때는 기업의 기초체력이 주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시장이 안정되면 실적 전망이 좋고 저평가된 종목이 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부분 기업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낮아져 동종 업종 내에서 저평가된 종목의 주가가 특히 강세를 보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게걸음 장세…'好실적+저평가' 종목이 뜬다
실적보다 PER 봐야

실적이 좋으면 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현상이 유독 1분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게 하나금융투자의 분석이다. 연간 첫 번째 실적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약간 다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기업 영업이익 전망치가 전체적으로 낮아지고 있어 투자를 결정할 때 저평가 여부도 봐야 한다는 얘기다. 주가수익비율(PER)은 이런 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세 곳 이상의 추정치가 존재하는 상장사 244곳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3개월 전에 비해 평균 13.7% 감소했다. 1개월 전보다도 9.5% 낮아졌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기업 실적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과거 변동성지수가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업종 내 저평가 종목들이 강세를 보여왔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4월 들어 평균 37.72로 3월 평균(48.55)에 비해 안정을 찾은 모습이다.

코로나 수혜 업체, 저평가+실적 만족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업종 전체 평균에 비해 저평가된 기업 중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3개월 전 대비 상향 조정된 기업을 찾아봤다. 유한양행, 엔씨소프트, GS건설, LG이노텍, CJ제일제당, 인터로조, 인크로스, 콜마비앤에이치, 동국제약, 다나와 등이 실적과 저평가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기업으로 분류됐다.

유한양행과 CJ제일제당은 동종 업계 대비 PER 할인율이 27%에 달한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은 식문화 변화의 최대 수혜주”라며 “국내외 가정간편식 판매 호조로 식품부문 수익성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했다. CJ제일제당은 반등장(3월 19일 이후)에서 67.09% 올랐지만 여전히 1년 전 주가의 8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판매 업체 콜마비앤에이치도 코로나19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 작년보다 13.3% 증가한 84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전망이다. 동종 업계 대비 PER 할인율은 22%다.

총선 이후 반등한 건설주 주가도 여전히 저평가 상태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건설주의 밸류에이션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디폴트 리스크가 있었을 때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중 GS건설의 PER은 3.94배로 업종 가운데 가장 낮다.

LG이노텍은 코로나19로 스마트폰 수요 둔화라는 타격을 입었지만 올해 실적 전망은 나쁘지 않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신모델을 예상대로 4월에 출시했고 중국의 스마트폰산업 회복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LG이노텍의 올해 영업이익을 지난해보다 32.0% 증가한 5323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