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제정 이후 감사원 감사서 정부 책임 명확히 드러나
포항 각계 문구 수정 요구…"정부 공식 사과해야"

[※편집자 주 =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로 촉발됐다는 연구 결과에 이어 정부 관련 부처와 여러 기관이 부실하게 관리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포항지진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특별법이 4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문구나 시행령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포항지열발전소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함에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포항지진 특별법과 관련한 기획물 3편을 제작, 일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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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특별법 시행] ①"피해구제 아닌 '배상'으로 바꿔야"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일어난 규모 5.4 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로 촉발됐고 정부가 부실 관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포항시민 사이에 정부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이나 보상을 요구하는 의견이 확산하고 있다.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포항지진이 진앙 인근 지열발전소 물 주입으로 촉발됐다는 연구결과를 지난해 3월 20일 발표했다.

연구단은 지열발전소에 지열정을 굴착하고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규모 2.0 미만 미소지진이 났고 그 영향으로 규모 5.4 본진이 발생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미소지진은 지열발전소를 시험 가동한 2016년 1월부터 발생해 본진 발생 직전까지 이어졌다.

1년이 지난 이달 1일 감사원은 '포항 지열발전 기술개발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에서 정부가 포항지진 원인으로 지목된 지열발전 사업을 부실하게 관리하고 유발지진 발생 가능성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위법·부당사항 20건을 확인해 징계 1건, 문책 1건, 인사자료 통보 2건, 시정완료 통보 1건, 통보 6건, 주의요구 9건 등을 조치했다.

감사 결과 우선 포항지열발전사업 컨소시엄을 주관한 넥스지오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기평), 산업통상자원부는 '미소진동 관리방안'을 부실하게 수립·관리한 사실이 드러났다.

컨소시엄은 수리자극에 따른 유발지진 규모를 관측해 녹색·황색·적색으로 구분해 물주입 압력과 유량을 조절하도록 하는 안전수칙인 '신호등체계'를 만들면서 세부내용을 산업부·에기평 등과 협의하지 않았고, 산업부와 에기평도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산업부는 규모 3.1 지진 발생을 보고받아 유발지진 발생 가능성을 알았지만 유발지진 여부를 확인하거나 지진 위험도 분석을 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정부조사연구단의 촉발지진 발표에 이어 감사원이 정부 부실 관리 책임을 지적함에 따라 정부가 포항시민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포항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포항지진 특별법)'은 진상조사위원회와 피해구제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를 구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애초 포항시민단체와 피해 주민은 보상이나 배상이란 문구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정부 과실이 드러나지 않았다며 '피해 구제'란 모호한 표현을 넣기로 합의했다.

여야 합의로 법을 제정하고 실질적으로 피해 복구 비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시민 다수는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에 '정부 책임'이 드러나면서 특별법과 그 시행령에 '피해 구제'란 표현 대신 '배상'이란 표현을 써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법적으로 배상은 위법한 공권력으로 빚어진 불법행위에 대해 금전을 지급하는 일을 가리킨다.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를 비롯해 포항지역발전협의회 등 포항 각종 단체는 최근 배상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낸 바 있다.

양만재 포항지진공동연구단 부단장은 "국가가 지진 피해 책임이 있는 만큼 배상으로 포항지진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원식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도 "정부는 정부의 위법 및 부당행위가 드러난 이상 포항시민에게 공식 사과하고 특별법을 개정해 지원과 보상이 아닌 배상을 해야 한다"며 "검찰은 감사 결과에 따른 포항지열발전사업을 명백하게 수사해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고 밝혔다.

[포항지진 특별법 시행] ①"피해구제 아닌 '배상'으로 바꿔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