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김주성, 골키퍼 빼고 다 경험한 최고의 '전천후 플레이어' 공격수에겐 골 결정력, 미드필더에겐 넓은 시야, 수비수에겐 몸싸움과 제공권 장악 능력이 필수적이다.
축구에서 포지션별로 요구되는 능력이 다르기에 익숙한 포지션을 바꾸는 건 힘든 일이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오히려 포지션을 바꾼 뒤 승승장구하는 선수들이 있다.
공격과 수비를 오간 박건하부터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서 '베스트11'에 뽑혀 본 유상철, 김주성까지.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2일 포지션 변경에 성공한 K리거들을 소개했다.
◇ 공격수에서 수비수로…수원의 레전드 박건하
1996시즌 공격수로 수원 삼성에 입단한 박건하는 그해 34경기에서 14골 6도움을 기록하며 팀을 챔피언결정전까지 이끌었고, 신인상까지 받았다.
이후 2001시즌까지 줄곧 공격수로 활약했지만, 센터백이 부족했던 수원은 박건하에게 포지션 변경을 권유했고, 2002년 9월 4일 전북전을 시작으로 수비수로 출장했다.
공격수 출신답게 공격수들의 심리를 잘 알던 박건하는 안정된 방어 능력을 선보이며 2006년까지 수비수로 활약하고서 은퇴했다.
현역 중에서는 김태환(울산), 김문환(부산), 김진야(서울) 등이 측면공격수에서 측면수비수로의 전향에 성공한 선수들이다.
데뷔 초 윙어로 활약한 '치타' 김태환은 상주에서 사이드백을 처음 경험했고, 현재는 울산의 측면 수비를 담당하고 있다.
김태환은 지난 시즌 K리그1 베스트11 측면 수비수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문환과 김진야 역시 데뷔 초 줄곧 윙어로 뛰었지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측면수비수로 변신했다.
◇ 수비수에서 공격수로…'고공 폭격기' 김신욱
반대로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꿔 대성한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지금은 중국 슈퍼리그 무대에서 뛰는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상하이 선화)이다.
현재 K리그 통산 득점 3위에 올라있는 김신욱이지만, 원래는 중앙수비수로 프로 경력을 시작했다.
2009년 드래프트를 통해 울산에 입단할 때만 해도 센터백이었던 김신욱의 인생을 바꾼 은인은 김호곤 당시 울산 감독이다.
공격수들이 줄부상을 당하자 김 감독은 김신욱의 포지션을 공격수로 바꿨고,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김신욱은 데뷔 첫해 27경기에 나와 7골 1도움을 올리며 공격수로서 자질을 입증했다.
이후 지난해 상하이 선화로 이적하기 전까지 K리그 350경기에 출전해 132골 31도움을 올렸다.
FC서울의 박동진도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선수다.
2016시즌 광주FC에서 수비수로 데뷔한 박동진은 2시즌 동안 57경기에 나와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줬다.
서울 이적 후 공격수로 변신한 박동진은 지난해 32경기 6골 3도움을 올리며 공격수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 골키퍼 빼고 다 해본 '진짜 멀티플레이어' 유상철·김주성
김주성과 유상철은 골키퍼를 제외한 전 포지션에서 K리그 시즌 베스트 11를 수상했다.
단순한 포지션 변경을 넘어 모든 포지션을 완벽하게 이해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는 증거다.
1987시즌 공격수로 대우(현 부산)에 입단한 '삼손' 김주성은 데뷔 시즌 28경기에 나와 10골 4도움을 기록했다.
1992년 독일 진출 전까지 포워드와 미드필더로 뛰었고, 1994년 한국 복귀 후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김주성은 공격수와 미드필더로 각 한 번씩(1987, 1991시즌), 수비수로는 세 번(1996, 1997, 1999시즌) 시즌 베스트11에 선정됐고, 1997년에는 수비수로 MVP까지 수상했다.
1994년 울산에 입단한 '유비' 유상철 역시 은퇴 전까지 모든 필드 포지션을 소화해냈다.
데뷔 시즌에 수비수로 시즌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고, 득점왕을 차지한 1998시즌에는 미드필더로, 2002년에는 공격수로 베스트11에 뽑혔다.
K리그에서 9시즌을 보낸 유상철의 통산 기록은 142경기 37득점 9도움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