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가는 내가 좋습니다·에로스를 위한 청원

▲ 정도전의 시대를 읽다 = 김진섭 지음.
저자가 '진정한 정치인'이라고 부른 정도전의 생애를 실마리 삼아 여말선초의 역사를 다시 읽는다.

오늘날 정도전에 관해서는 '체제 변혁에는 성공했으나, 권력투쟁에 패배한 정치가'라거나 '한 시대를 풍미한 혁명가' 또는 '준비된 혁명가'라는 평가가 있으나 이런 단편적인 해석으로는 여말선초 격동의 역사 현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진정한 정도전을 만나볼 수도 없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이런 관점에서 정도전이 태어나고 성장한 14세기 중엽 고려사회의 총체적 난국에 주목한다.

그리고 정도전이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철학과 전략을 갖고 어떤 정책을 구상했으며 누구와 협력하고 반목했는지, 그리고 끝내 좌절한 이유는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추적한다.

또 '한미한 가문'임이 강조되던 정도전의 출신부터 정도전 몰락의 시발이 된 것으로 알려진 요동 공벌 주장과 이방원에게 "살려주시오"라고 목숨을 구걸한 것으로 기록된 그의 최후에 이르기까지 정도전에 관한 많은 기록이 과장되거나 왜곡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정도전의 운명을 바꿔놓은 이성계, 그의 목숨을 앗아간 이방원은 물론 최영, 정몽주, 조준, 심지어 명 태조 주원장까지 일세를 풍미한 이들과의 애증이 얽힌 관계도 흥미롭다.

저자는 "역사상 세상을 바꾼 위인들은 많지만, 정도전처럼 정치·경제·국방·사상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변화와 혁명을 주도한 인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의 삶은 60년을 넘지 못했지만, 600년이 지난 오늘날 그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썼다.

지성사. 504쪽. 2만9천원.
[신간] 정도전의 시대를 읽다
▲ 나이 들어가는 내가 좋습니다 = 헥토르 가르시아·프란체스코 미라예스 지음, 이주영 옮김.
스페인 작가 두 사람이 일본의 장수 비결을 연구하기 위해 1년간의 준비 끝에 오키나와 오오기미 마을을 찾아간다.

대대로 내려오는 방언을 사용하고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숲의 정령 '부나가야'를 숭배하는 애니미즘 사상이 강한 이곳 사람들은 외부인들에게 가식 없는 친절을 베푼다.

수정처럼 맑은 물로 생명을 이어가는 푸르른 언덕을 주변에 두고 끊임없이 웃고 농담한다.

저자들은 마을 최고령 장수 노인들과 인터뷰하면서 장수의 비결은 단순히 자연환경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라고 느꼈다.

그것은 마을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남다른 유쾌함이다.

이들을 보면서 저자들이 떠올린 말은 '이키가이'이다.

'살아가는 보람'으로 직역할 수 있는 이 말은 건강한 음식, 소박한 야외활동, 녹차, 아열대 기후와 함께 오키나와 사람들이 세계에서 유독 장수하는지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손꼽는 비결이다.

오오기미 마을 사람들은 사소한 것에도 만족하며 기쁨에 충만한 상태로 살아간다.

항상 바쁘게 움직이며, 자기 일을 진심으로 즐긴다.

결과에 상관없이 일의 과정 자체가 그들에게는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는 이유는 이키가이 때문이죠"라고 말한다.

저자들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이 스트레스를 줄이고자 어떻게 시간 관리를 하는지, 가공식품 대신 어떤 식단으로 식사를 하는지, 매일 어떤 식으로 운동을 하는지 조사했고 결과를 책에 담았다.

또 단순한 탐방기 이상으로 책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와 나이칸 명상법 등의 이론을 소개하며 특히 운동법의 경우 그림과 함께 자세히 설명했다.

세종서적. 296쪽. 1만5천원.
[신간] 정도전의 시대를 읽다
▲ 에로스를 위한 청원 = 시리 허스트베트 지음, 김선형 옮김.
베스트셀러 '내가 사랑했던 것' 등을 쓴 인문학자이자 소설가의 에세이 모음집이다.

다양한 주제를 다룬 12편 글을 담았다.

책 제목과 같은 '에로스를 위한 청원'에서는 에로티시즘은 성적 자유와 동일하지 않고, 법적으로 간단히 해부하고 규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심장의 문제에서 벌어지는 항구적인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그것이 우리에게 내어주는 모호성과 신비를 잃지 말 것을 간원한다.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서는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아니냐는 문제를 논한다.

피츠제럴드의 밀도 높은 '형용사의 매혹에 사로잡히고, 상투성의 화신처럼 보이던 머틀이 티슈페이퍼에 싸서 서랍 속에 넣어둔 개목걸이에서 심오한 슬픔을 읽는다.

페미니스트들의 공격 표적인 '코르셋'과 관련해서는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해 이 옷을 입어본 경험을 하고서는 풀리지 않는 포옹을 받는 것, 누군가가 계속해서 허리를 꼭 안아주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게 돼 은근히 그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뮤진트리. 316쪽. 1만7천원.
[신간] 정도전의 시대를 읽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