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교수, 두 달간 공공의료 현장 선봉…바이러스와 속도전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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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역학조사반장 경험 살려
초기 신천지TF 구성 전수조사
80개 검체채취팀 방문검사 시행
"대구 대응, 세계 의학계 새 모델"
초기 신천지TF 구성 전수조사
80개 검체채취팀 방문검사 시행
"대구 대응, 세계 의학계 새 모델"
“2월 18일 저녁 대구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왔고 감염 경로가 불명확하다는 전화를 밖에서 받았습니다. ‘올 것이 왔다’ ‘난이도가 높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갔다가 자정께 시청으로 달려갔습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 대구시 민간역학조사반장을 맡았던 이경수 영남대 교수(예방의학과·사진)는 의사 출신인 김영애 대구시 시민행복국장의 전화를 받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이 교수는 이날 이후 학교 일을 중단하고 대구시청에서 두 달간을 보냈다. 그는 첫 확진자가 나온 2월 18일 밤 10명의 추가 확진자 가운데 7명이 신천지교회 신도라는 사실을 알고는 바로 신천지태스크포스(TF)팀 구성을 제안했다. 31번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는 물론 신천지 신도 전수조사를 제의했다. 이 교수는 “신천지 신도가 고위험군임을 빨리 알아차리고 신천지 TF를 만들고 전수조사가 바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대구의 상황도 유럽이나 미국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라며 “상상만 해도 아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호흡을 맞춘 권영진 대구시장, 대구시 보건복지국, 김영애 시민행복국장, 대구시의사회 등과 바로 비상대응본부를 세웠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민관 네트워크가 꾸려진 것이다. 첫 확진자 발생 다음날이었다.
대구시 비상대응본부는 대구시 재난대책본부와 함께 의료 자원을 동원하고 조직화했다. 비상대응본부는 대구시와 대구시의사회, 대학병원의 응급의학과와 감염내과 전문가 등 30여 명이 참여했다. 상황관리반을 중심으로 신천지 신도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모니터링반, 의료기관대응반, 환자분류관리반, 역학조사반, 자원관리반, 보건소지원반, 대시민홍보반 등으로 나눠 공무원, 의료 전문가, 대구시의사회 회원들을 골고루 배치했다. 바이러스와의 속도전을 이끈 핵심 컨트롤타워였다.
이 교수는 “대구가 이탈리아(사망률 13%), 미국 뉴욕주(사망률 7.3%)와 달리 사망률을 2.1%대로 유지하면서 45일 만에 한 자릿수 확진자로 돌아설 수 있었던 비결은 바이러스와의 속도전에서 앞서며 제압할 수 있었던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은 한국보다 의료체계가 못하지 않은 나라”라며 “세계의 많은 전문가가 여러 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컨트롤타워 운영과 의사결정의 신속성, 의료 자원의 동원 속도”라며 ‘속도’를 특히 강조했다.
그는 “초기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한 뒤 의료시스템을 온전하게 보존해가며 환자를 치료하는 등 위기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감염병과의 전투 승패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바이러스의 감염력과 전파속도보다 인간의 대응속도가 빠르지 않으면 유럽이나 미국에서 벌어진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중국 한국(대구) 유럽 미국으로 집단감염지가 옮아가는 과정에서 대구가 유독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바로 이 싸움에서 이긴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신속한 대규모 선별검사, 환자분류 시스템 개발(점수에 의한 환자 중증도 파악), 격리병원과 격리시설(생활치료센터) 등 치료시설 확보, 후송과 전원 등이 대구에서는 모두 속도감 있게 이뤄졌다. 이 교수는 “여기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이동 통제와 이를 위한 시 당국의 리더십, 신뢰, 홍보, 위기관리를 위한 소통이 잘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비상대응본부는 신속한 대규모 선별검사를 위해 80개의 검체채취팀을 운영해 찾아가는 방문검사를 시행했다. 검사의 속도를 최대한 높였다. 확진 후 자택에서 대기하는 환자가 2500명까지 증가한 상황에서 환자 치료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방법도 고안해냈다. 대구시는 대구시의사회 소속 170명의 자원봉사 의사에게 별도의 전화기를 지급했다. 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화상 전화상담을 하면서 입원을 대기하다 자택에서 사망하는 환자가 사라졌다. 김신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이 개발한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중증환자도 가려냈다. 기저질환을 확인하기 위해 건강보험공단에 요청해 정보를 매칭하고 이 내용을 종합해 자문위원인 이중정 교수(계명대 예방의학교실)와 김종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이 환자 입원의 우선 순위를 정했다.
정부에 지침 변경을 요청해 병원이 아니라 생활치료센터에서 무증상 또는 경증환자를 치료하도록 하는 대책도 대구에서 처음 마련했다. 이 모든 과정이 짧게는 2~3일 길게는 정부가 환자 치료 지침을 변경한 2월 29일까지 12일 동안 이뤄졌다. 대구가 세계 최초로 만든 코로나19 대응에 전 세계 의료진과 연구소, 외신들이 관심을 보였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환자들의 증상이 다른 신종 바이러스와는 다르게 아주 가벼운 증상을 가진 환자가 많다는 중국의 경험과 대구지역 환자 발생 초기 며칠 동안의 경험을 반영한 신속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기존 지침대로 의료기관 입원을 고수했다면 병원시스템도 무너지고 환자도 돌보지 못하는 아찔한 상황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대구의 대응은 두고두고 세계 의학계에 모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이 교수는 이날 이후 학교 일을 중단하고 대구시청에서 두 달간을 보냈다. 그는 첫 확진자가 나온 2월 18일 밤 10명의 추가 확진자 가운데 7명이 신천지교회 신도라는 사실을 알고는 바로 신천지태스크포스(TF)팀 구성을 제안했다. 31번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는 물론 신천지 신도 전수조사를 제의했다. 이 교수는 “신천지 신도가 고위험군임을 빨리 알아차리고 신천지 TF를 만들고 전수조사가 바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대구의 상황도 유럽이나 미국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라며 “상상만 해도 아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호흡을 맞춘 권영진 대구시장, 대구시 보건복지국, 김영애 시민행복국장, 대구시의사회 등과 바로 비상대응본부를 세웠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민관 네트워크가 꾸려진 것이다. 첫 확진자 발생 다음날이었다.
대구시 비상대응본부는 대구시 재난대책본부와 함께 의료 자원을 동원하고 조직화했다. 비상대응본부는 대구시와 대구시의사회, 대학병원의 응급의학과와 감염내과 전문가 등 30여 명이 참여했다. 상황관리반을 중심으로 신천지 신도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모니터링반, 의료기관대응반, 환자분류관리반, 역학조사반, 자원관리반, 보건소지원반, 대시민홍보반 등으로 나눠 공무원, 의료 전문가, 대구시의사회 회원들을 골고루 배치했다. 바이러스와의 속도전을 이끈 핵심 컨트롤타워였다.
이 교수는 “대구가 이탈리아(사망률 13%), 미국 뉴욕주(사망률 7.3%)와 달리 사망률을 2.1%대로 유지하면서 45일 만에 한 자릿수 확진자로 돌아설 수 있었던 비결은 바이러스와의 속도전에서 앞서며 제압할 수 있었던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은 한국보다 의료체계가 못하지 않은 나라”라며 “세계의 많은 전문가가 여러 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컨트롤타워 운영과 의사결정의 신속성, 의료 자원의 동원 속도”라며 ‘속도’를 특히 강조했다.
그는 “초기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한 뒤 의료시스템을 온전하게 보존해가며 환자를 치료하는 등 위기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감염병과의 전투 승패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바이러스의 감염력과 전파속도보다 인간의 대응속도가 빠르지 않으면 유럽이나 미국에서 벌어진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중국 한국(대구) 유럽 미국으로 집단감염지가 옮아가는 과정에서 대구가 유독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바로 이 싸움에서 이긴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신속한 대규모 선별검사, 환자분류 시스템 개발(점수에 의한 환자 중증도 파악), 격리병원과 격리시설(생활치료센터) 등 치료시설 확보, 후송과 전원 등이 대구에서는 모두 속도감 있게 이뤄졌다. 이 교수는 “여기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이동 통제와 이를 위한 시 당국의 리더십, 신뢰, 홍보, 위기관리를 위한 소통이 잘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비상대응본부는 신속한 대규모 선별검사를 위해 80개의 검체채취팀을 운영해 찾아가는 방문검사를 시행했다. 검사의 속도를 최대한 높였다. 확진 후 자택에서 대기하는 환자가 2500명까지 증가한 상황에서 환자 치료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방법도 고안해냈다. 대구시는 대구시의사회 소속 170명의 자원봉사 의사에게 별도의 전화기를 지급했다. 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화상 전화상담을 하면서 입원을 대기하다 자택에서 사망하는 환자가 사라졌다. 김신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이 개발한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중증환자도 가려냈다. 기저질환을 확인하기 위해 건강보험공단에 요청해 정보를 매칭하고 이 내용을 종합해 자문위원인 이중정 교수(계명대 예방의학교실)와 김종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이 환자 입원의 우선 순위를 정했다.
정부에 지침 변경을 요청해 병원이 아니라 생활치료센터에서 무증상 또는 경증환자를 치료하도록 하는 대책도 대구에서 처음 마련했다. 이 모든 과정이 짧게는 2~3일 길게는 정부가 환자 치료 지침을 변경한 2월 29일까지 12일 동안 이뤄졌다. 대구가 세계 최초로 만든 코로나19 대응에 전 세계 의료진과 연구소, 외신들이 관심을 보였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환자들의 증상이 다른 신종 바이러스와는 다르게 아주 가벼운 증상을 가진 환자가 많다는 중국의 경험과 대구지역 환자 발생 초기 며칠 동안의 경험을 반영한 신속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기존 지침대로 의료기관 입원을 고수했다면 병원시스템도 무너지고 환자도 돌보지 못하는 아찔한 상황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대구의 대응은 두고두고 세계 의학계에 모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