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400만명 접속하자 e학습터·온라인클래스 오류…수업 차질 우려
접속돼도 딴짓하는 등 수업 집중력 떨어져…학부모들 "사실상 '부모 개학'"

전국 고등학교 1∼2학년, 중학교 1∼2학년, 초등학교 4∼6학년 총 312만여명이 16일 온라인으로 개학했다.

초등 1∼3학년을 제외한 나머지 학년 총 400만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원격수업에 이날 참여했다.

최근 며칠 동안 접속이 불안정했던 원격교육 플랫폼은 이날 곳곳에서 접속 지연 현상이 일어났다.

원활하게 접속이 이뤄져도 저학년은 부모가 수업과 과제를 봐줘야 하는 탓에 학부모들은 '부모 개학'이라며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불안했던 원격수업 결국 '버벅'…당국은 "외신도 주목" 자찬(종합2보)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고 1∼2학년 90만4천여명, 중 1∼2학년 89만8천여명, 초 4∼6학년 132만3천여명이 원격수업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원래 3월 2일이었던 개학이 코로나19 여파로 미뤄진 지 45일 만에 새 학년 선생님을 만났다.

출석률은 대다수 지역에서 99% 이상으로 집계됐다.

교육부는 "원격으로 출석이 확인되지 않은 학생은 학교에서 가정에 연락을 취하는 등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먼저 온라인 개학한 중3·고3은 85만8천6명이었다.

이날 원격수업에 참여한 인원이 총 398만5천여명에 달했다.

중3·고3이 먼저 온라인 개학한 지난 한 주보다 원격수업 접속 인원이 약 4.6배 많아졌다.

이날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 당국이 제공한 원격수업 플랫폼(학습관리시스템·LMS)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e학습터'와 'EBS 온라인클래스'가 접속 오류를 일으킨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e학습터와 EBS 온라인클래스는 교사와 학생이 학습 자료를 주고받는 데 주로 쓰이고, 학생이 EBS 강의를 시청했는지 교사가 체크할 때도 이용된다.

상당수 학급의 교사·학생들이 수업을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e학습터 서버 터졌다", "e학습터 안 되니까 선생님이 복구될 때까지 자습하라고 문자 보냈다", "출석 체크도 못 하고 있다" 등의 불평이 오전 내내 잇따랐다.

불안했던 원격수업 결국 '버벅'…당국은 "외신도 주목" 자찬(종합2보)
학생·교사·학부모들은 "e학습터와 온라인클래스가 지난 한 주 내내 접속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느냐"면서 "교육 당국은 이런 문제가 일어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제대로 된 대책을 준비하지 않은 것이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EBS 온라인클래스는 중3·고3이 온라인 개학했던 지난 9일, 13일, 14일에 1∼2시간씩 접속 오류를 일으킨 바 있다.

e학습터 역시 14일에 일부 지역 학생들이 로그인하지 못 하는 일이 있었다.

이후 EBS 측은 지난 14일 "온라인클래스에 최대 300만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밝혔고, KERIS 측은 "e학습터에서 최대 500만여명이 뛰어놀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던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오전 기준으로 EBS 온라인클래스 최고 동시 접속자는 67만5천명, e학습터 최고 동시 접속자는 66만4천명이었다.

300만∼500만명도 문제가 없다고 했던 것과 달리 각각 60만여명 수준에서 접속 지연이 잇따랐다.

EBS 측은 "교사가 직접 제작한 영상을 어제 저녁 이후에 올린 경우에 오늘 재생이 지연되는 현상이 있었다"면서 "오전 9시 52분에 문제가 발생했고, 45분 만인 오전 10시 37분에 정상화됐다"고 해명했다.

KERIS 측은 "서울·대구 등 일부 지역에서 로그인에 1∼2분이 걸리는 등 속도가 지연되는 일이 있었다"면서 "네이버·카카오 등을 이용한 소셜로그인의 지체 현상으로 확인됐고, 오전 9시부터 30분가량 문제가 있다가 해결됐다"고 밝혔다.

불안했던 원격수업 결국 '버벅'…당국은 "외신도 주목" 자찬(종합2보)
그러면서 EBS와 KERIS는 "지연 현상은 국소적·간헐적이었고 전체적으로는 지연 없이 원활한 학습이 이뤄졌다"며 "접속이 아예 불가능하거나 접속 자원이 부족한 문제는 없었다"고 자평했다.

취재진과의 화상 브리핑 자리에서 김유열 EBS 부사장은 "일본 등 외신에서 취재를 올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고, 김진숙 KERIS 본부장은 "원격교육의 한 지평을 열 계기가 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접속 지연이 수두룩한데 현실과 동떨어진 자평 아니냐는 취재진 지적이 나오자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나서서 "플랫폼을 쓰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로그인과 영상 재생 등 프로그램 이용에 전혀 끊김이 없어야 할 텐데 오늘 그런 점에서는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박 차관은 "기술적인 입장으로 보면 400만명이 들어오는데 완전히 먹통이 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의미"라며 "오늘내일 적응기를 거치면서 학생·교사들이 서비스 활용에 무리가 없도록 고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접속이 안 돼서 출석 체크를 못 했다면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로 대체하고, 수업을 못 했다면 당일 또는 7일 이내에 강의를 수강하거나 과제를 수행하도록 학교와 학생·학부모에게 안내했다"고 덧붙였다.

불안했던 원격수업 결국 '버벅'…당국은 "외신도 주목" 자찬(종합2보)
접속이 원만했던 학급·가정에서는 원격수업 내용에 대한 불만이 나왔다.

특히 초등학교 원격수업은 학생의 부모·조부모 등 보호자가 옆에서 학생의 수업 참여를 일일이 봐줘야 하는 탓에 사실상 '부모 개학', '조부모 개학'이라는 말이 나왔다.

초등학교 고학년 원격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에 잘 집중하지 않거나, 하루치 과제를 1시간여 만에 끝내고는 학원 숙제나 게임을 하는 모습이 발견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원격 학습 초기이다 보니 자기주도 학습이 미숙한 경우가 있는 것 같다"면서 "과제를 몰아서 끝낸다는 우려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인지했으며, 단방향 수업이라도 메신저 등으로 쌍방향 소통을 하면서 자기주도 학습을 유도하라고 교육청에 당부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소외계층 원격수업 지원을 위해 스마트기기를 총 28만2천982명에게 대여했으며, 인터넷·통신을 17만3천646명에게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다음 주 월요일인 20일에는 초등 1∼3학년이 마지막으로 온라인 개학한다.

초등 1∼2학년은 컴퓨터·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수업보다는 EBS 방송 시청 위주의 원격 수업을 경험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교육부가 등교 개학 시기·방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학교 방역 환경 개선을 추진하라'고 주문한 데 관해서는 "방역 환경 준비는 거의 다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박 차관은 "학교에 체온계, 마스크, 열화상 카메라 등은 준비돼 있다"면서 "이번 주와 다음 주에는 등교 개학 후 확진자가 생길 경우를 가상해서 보건소와 모의훈련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