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아베 신조 총리(사진)가 16일 일본 전역에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소득이 크게 감소한 가구에 30만엔(약 341만원)씩을 지급하려던 계획을 바꿔 모든 국민에게 1인당 10만엔(약 114만원)을 주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7일 도쿄도 등 7개 광역자치단체에 한정해 긴급사태를 선언했는데 이들 지역 외에서도 확진자가 급증하자 47개 전체로 대상 지역을 확대했다. 긴급사태 적용 기간은 다음달 6일까지다.

아베 총리는 또 이날 소득 감소 가구에 30만엔을 지급하는 방안을 중단하고 모든 국민에게 1인당 10만엔의 현금을 일괄 지급하는 방향으로 추경예산안을 재편성하라고 재무성에 지시했다. 지난 7일 코로나19 긴급경제대책을 통해 약 1300만 가구에 30만엔씩 지급하겠다고 밝힌 지 9일 만이다. 가구당 30만엔을 지급하는 방안은 소득이 감소한 가구를 구분하기 어렵고,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국민에게 불공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야당인 입헌민주당도 ‘모든 국민에게 10만엔씩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아베 총리는 가구당 지급안을 고수해왔다.

분위기가 바뀐 건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가 전날 아베 총리와 만나 “전 국민에게 10만엔씩을 지급하자”고 다시 건의하면서다. 466억엔의 예산을 들여 모든 가구에 면 마스크 두 장을 지급하는 대책에 여론이 싸늘해진 점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가 코로나19 대응에 늦었다는 응답이 70%를 넘었다.

당초 자민당 내부에서는 가구당 30만엔을 먼저 지급하고, 2차 추경예산을 편성해 1인당 10만엔을 주는 방안을 유력하게 논의했다. 1차 추경예산 편성을 마치고 오는 20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예산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1인당 10만엔의 지급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전 국민에게 지급한 금액(1만2000엔)의 여덟 배가 넘는다. 예산도 가구당 30만엔을 지급하는 대책의 세 배인 12조엔으로 추산된다. 108조원으로 계획했던 일본의 긴급경제대책 규모 또한 110조엔을 넘기게 됐다. 일본 내 누적 감염자는 1만 명을 넘어섰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