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변화하라는 명령"…유승민 "백지 위에서 재건"
황교안 탈당·정계은퇴 요구도…"무대책, 무개념, 무감수성 헛발질"


성난 민심의 파도에 난파선 신세가 된 이른바 '미래형제당' 100여명은 총선 이튿날인 16일 한목소리로 '참회'와 '쇄신'을 외쳤다.

이날 잠정 집계된 미래통합당의 지역구 의석은 84석,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의석은 19석이다.

두 당이 합쳐 '개헌 저지선'인 100석만 가까스로 지킨 역대급 참패다.

'목숨'만 간신히 건진 당선인들은 이날 당이 직면한 참혹한 현실에 개탄하면서 '혁신'과 '재건'을 다짐했다.

3선이 되는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갑)은 페이스북에 "통합당이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부족했다.

국민의 뜻을 잘 받들겠다"며 "민심을 잘 살펴 성찰하고 쇄신하겠다"고 적었다.

5선 고지에 오르는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탄핵 이후 3차례 큰 선거에서 실패했는데, 당을 완전히 환골탈태하는 쇄신이 없었다"고 반성했다.
난파선 된 통합·한국 103인…성난 민심 앞에 "참회·쇄신"
선거를 진두지휘한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세도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통합당이 부족했음을 시인했다.

김 위원장은 "야당도 변화하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국민 마음을 잘 새겨서 야당도 변화하지 않을 수 없어졌다"고 강조했다.

'불출마 백의종군'으로 선거운동에 힘을 보탰던 유승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국민의 선택을 무거운 마음으로 받들겠다"며 "저희가 크게 부족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보수의 책임과 품격을 지키지 못했다"며 "더 성찰하고, 더 공감하고, 더 혁신하겠다"고 다짐했다.

불출마한 의원들도 비슷한 심정을 드러내면서 당에 참패를 안긴 '황교안 지도부'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을 향한 분노를 여과 없이 표출했다.

박인숙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황교안 대표를 정점으로 한 통합당 '지도부'는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생쇼'에 가까운 헛발질을 했다"며 "국민 정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에 염장 지르는 짓만 골라서 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지도부의 실수, 무대책, 무개념, 무감수성, 헛발질들을 안타까워하면서 속수무책 바라만 보고 걱정만 했던 많은 당원과 지지자는 지금 극심한 멘붕 상태"라고 말했다.

김재경 의원은 황 전 대표와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을 향해 "두 분이 한 일이 절대로 가볍지 않았다"며 "탈당, 정계은퇴, 그 이상의 엄중함 책임을 져달라"고 페이스북에서 요구했다.

김 의원은 "죽을 각오라는 말을 각자 몇번씩 반복하지 않았나"라며 "다시는 이런 무능하고 자의적인 행태의 불행한 역사가 반복돼선 안 된다.

향후 큰 칼을 쥘 위정자들이 잘못했을 때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보여주는 뼈아픈 역사적 교훈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난파선 된 통합·한국 103인…성난 민심 앞에 "참회·쇄신"
참담한 상황이지만, '재기'와 '재건'을 다짐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유승민 의원은 "백지 위에 새로운 정신, 새로운 가치를 찾아 보수를 재건하겠다"고 말했고, 낙선한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바로 이 자리(세종)에서 또 다른 성공을 꿈꾸겠다.

2년 뒤의 지방선거 승리와 대선 승리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