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7조1530억원으로 전년(4조3545억원) 대비 64%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7205억원으로 36% 감소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DB
14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7조1530억원으로 전년(4조3545억원) 대비 64%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7205억원으로 36% 감소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DB
e커머스(전자상거래)기업 쿠팡의 매출이 지난해 7조원을 돌파했다.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한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등을 무기로 60% 넘는 고성장세를 이어갔다. '로켓배송'을 시작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영업적자 증가세가 꺾인 점도 특징이다. 성장성에 초점을 맞춰 적자를 감수하고 덩치를 키우는 '아마존 전략'이 점차 입증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올해가 '제2의 성장'의 분기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 쿠팡, 매출 '로켓성장'…롯데마트 앞질러
자료=쿠팡 제공
자료=쿠팡 제공
쿠팡은 지난해 매출 7조 시대를 열며 대형마트 수준으로 바잉파워가 성장했음을 입증했다.

14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7조1530억원으로 전년(4조3545억원) 대비 64%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매장 122개를 둔 롯데마트 매출(롯데쇼핑 할인점 부문 매출 6조3306억원)을 1조원 가까이 웃돈 수준이다.

쿠팡은 매출 성장 배경에 대해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등 와우 배송 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된 점, 가전과 신선식품 등 주요 카테고리가 빠르게 성장한 점, 고객 수가 꾸준히 늘어난 점이 매출을 견인했다"고 밝혔다.

로켓배송센터 수는 지난해 168곳으로 집계됐다. 로켓배송을 시작한 2014년 당시 27곳에서 6배 수준으로 늘었다. 쿠팡은 올해 2월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주도까지 확대한 상태다. 이에 로켓배송센터에서 10분 거리에 사는 '로켓배송 생활권' 소비자도 지난해 3400만명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빠른 배송을 위해 선매입하는 제품(재고자산) 규모는 지난해 기준 7119억원어치에 달한다고 전했다. 2014년 303억원어치에서 매해 급증한 결과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로켓배송의 남다른 속도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예측해 고객과 가까운 로켓배송센터에 미리 준비해두는 기술과 인프라 덕분"이라며 "앞으로 기술과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새벽배송을 넘어 로켓프레시 당일배송 같은 전에 없던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 '로켓배송' 후 처음으로 영업적자 증가세 멈춰
사진=한국경제신문 DB
사진=한국경제신문 DB
유통업계에서는 지난해 쿠팡의 영업적자가 '로켓배송'을 시작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적자는 7205억원을 기록해 1조1279억원에 달한 2018년보다 36% 감소했다.

쿠팡의 영업적자는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한 이후 꾸준히 늘어나다 2018년 정점을 찍었다. 2014년 당시 1215억원 규모였던 영업손실은 2018년 열 배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유통업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 성장과 함께 손실 증가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쿠팡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게 아니냐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적자 누적 기간이 연장된 측면이 있으나 이번 영업손실 감소가 규모의 경제와 물류시스템의 효율성 구축 덕이라면 큰 의미가 있다"며 "언택트(untact·비대면을 뜻하는 신조어) 소비가 본격적으로 증가할 전망인 만큼 추가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코로나19로 '언택트 소비' 바람 이어진다…유통공룡도 '전열'
롯데쇼핑 e커머스(전자상거래)사업부는 이달 말 온라인쇼핑 통합플랫폼 ‘롯데온(ON)’을 선보인다고 14일 밝혔다. 사진=롯데쇼핑 제공
롯데쇼핑 e커머스(전자상거래)사업부는 이달 말 온라인쇼핑 통합플랫폼 ‘롯데온(ON)’을 선보인다고 14일 밝혔다. 사진=롯데쇼핑 제공
코로나19가 덮친 올해는 쿠팡을 비롯한 e커머스 업계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유통업계에서는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방식이 언택트 중심으로 바뀌는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에 유통기업 간 온라인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정희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올해가 유통업계의 본격적인 패러다임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물류시스템에서 노하우를 잘 구축했는가가 관건이나 쿠팡을 비롯한 e커머스기업이 언택트 소비 수혜를 높고 승부수를 겨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교보증권 연구원은 "과거 신종 플루 등 사례에 비춰 지역사회 전파가 감염병으로 인한 온라인 소비 성장을 촉진시켰다"며 "대표적인 언택트 소비 업체인 쿠팡과 배달의민족에서 코로나19 수혜 신호가 보였다"고 설명했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쿠팡의 2월 결제금액은 1조63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8.0% 급증했다.

전통의 강자인 기존 유통공룡들도 온라인 플랫폼을 정비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달 말 온라인쇼핑 통합플랫폼 ‘롯데온(ON)’을 선보인다. 롯데ON은 2018년 발표한 그룹 내 유통 계열사 온라인몰 통합 구상의 일환으로 등장하게 된 쇼핑 앱(운영프로그램)이다. 롯데그룹 7개 온라인쇼핑몰(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롭스·롯데홈쇼핑·롯데하이마트)을 한 번의 로그인으로 이용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온라인 통합법인 SSG닷컴을 중심으로 e커머스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를 통해 새벽·당일 배송 등의 물류효율화 경쟁력을 더해가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각 계열사별 온라인몰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을 온라인 사업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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