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가 코오롱생명과학 골관절염 치료제인 인보사의 국내 판매허가를 취소한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한경DB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가 코오롱생명과학 골관절염 치료제인 인보사의 국내 판매허가를 취소한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한경DB
지난해 국내에서 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던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가 기사회생했다. 미국 임상 3상 시험을 계속할 수 있게 되면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 재개를 승인한 문서를 지난 11일 받았다고 12일 발표했다.

코오롱생명과학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인보사는 2017년 국내에서 승인을 받아 판매 중이었으나 주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인 것으로 지난해 3월 뒤늦게 밝혀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7월 국내 판매허가를 취소했다. FDA도 지난해 5월 미국에서 진행 중이던 임상 3상을 중단하도록 조치했다. 임상 재개를 위해 코오롱티슈진은 지난해 8월과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FDA가 요구한 자료를 제출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11개월 만에 임상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며 “국내에서 문제가 됐던 신장 유래 세포가 주성분인 인보사의 임상시험 데이터 유효성을 FDA가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FDA의 이번 결정은 인보사를 둘러싼 국내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성분 논란' 인보사 재기발판 마련

코오롱생명과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임상 3상 재개를 승인받으면서 재기 발판을 마련했다. 코오롱생명과학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은 임상시험 계획서와 환자 동의 서류 등을 보완하는 대로 환자 투약을 통한 임상시험에 나설 계획이다. FDA의 임상 재개 승인으로 인보사 판매허가를 취소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결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FDA “인보사 임상 재개 승인”

코오롱 인보사 기사회생…美서 임상 재개
FDA는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 보류를 해제해도 좋다’고 지난 11일 코오롱티슈진에 통보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다. 국내 1호 유전자치료제이자 골관절염 치료제인 인보사의 개발과 미국 임상시험을 맡고 있다. 인보사는 증상이 심한 무릎 골관절염 환자의 관절강에 주사해 통증을 줄이는 치료제다. FDA는 코오롱티슈진에 ‘임상 보류 해제’를 통보하면서 인보사 생산 공정의 개선 방안과 임상 시료의 안전성 자료를 추가로 요청했다.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는 “이번 요청은 임상 보류 해제와 무관한 것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FDA는 지난해 5월 인보사에 임상 3상 보류 결정을 내렸다. 같은해 3월 인보사에 주성분으로 승인받은 연골세포 대신 신장세포(293세포)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자 나온 결정이었다. 당시 FDA는 임상 중단 해제를 위한 요구 사항으로 △임상시험용 의약품 구성 성분의 특성 분석 △성분 변화 발생 경위 △향후 조치사항 등을 포함하는 보고서 제출을 요청했다. 지난해 9월엔 1차 제출한 자료를 보완해 시험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해 8월과 지난달 두 차례 FDA에 자료를 제출한 뒤 평가 결과를 기다렸다.

코오롱생명과학은 FDA의 인보사 임상 보류 결정에도 불구하고 그간 임상 재개를 자신해 왔다. 인보사의 주성분 일부가 알려진 내용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지만 안전성과 유효성은 국내에서 이미 검증됐다는 이유에서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이번 임상 재개 결정은 FDA가 코오롱티슈진이 제출한 임상시험 데이터의 유효성을 인정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내 줄소송에도 영향”

인보사 허가를 취소했던 식약처의 결정을 두고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식약처는 인보사의 성분이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지난해 7월 인보사 판매 허가를 취소했다. 2017년 허가받은 인보사는 판매 중단 이전까지 환자 3700여 명에게 투여됐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10년 이상의 임상 데이터에서 인보사의 안전성을 의심할 만한 증거가 없었다”며 “안전성과 효능이 검증된 약의 허가를 취소한 건 지나친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허가 내용과 다른 사실이 확인돼 승인 취소 처분을 내린 것”이라며 “국내 판매를 위해선 허가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고 했다.

인보사의 품목 허가가 취소되면서 한 달 뒤인 지난해 8월 코오롱티슈진은 한국거래소에서 상장폐지 결정을 통보받아 존폐 기로에 내몰렸었다.

인보사를 둘러싼 소송도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인보사 판매 중단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규모는 1100여억원에 달한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를 피고로 한 형사재판도 진행되고 있다. 인보사 허가 취소 등으로 주가 하락 등의 피해를 본 소액주주, 보험업계,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들도 코오롱티슈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