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조치로 정규항공 두절…미국인 9명도 동승"
중앙아 키르기스서 발 묶인 교민 143명 임시항공편에 귀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령에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 발이 묶였던 우리 교민 140여명이 11일(현지시간) 귀국길에 올랐다.

키르기스스탄 주재 한국대사관과 한인회 등에 따르면 임시 항공편으로 편성된 한국 티웨이 항공 전세기가 이날 낮 12시 35분 비슈케크 마나스 국제공항을 출발했다.

전세기에는 현지에 체류해온 유학생, 개인사업자 등 한국 교민 143명과 키르기스스탄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 및 가족 9명 등 152명이 탑승했다.

급하게 귀국을 희망한 미국인들은 미 대사관 측의 특별 요청으로 동승시켰으며 인천 도착 후 연결 항공편으로 본국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전세기는 이날 오후 9시 50분께 인천 공항에 도착한다.

승객들은 비행기에 오르기 전 발열 검사를 받았으며, 한국 입국 뒤에도 진단 검사를 받고 14일간 의무적 자가격리를 지켜야 한다.

비슈케크 한인회에서 교민 지원 업무를 담당한 권병찬 기획팀장(30)은 "당국의 외출 금지 조치로 교민들의 심리적 스트레스가 심했고 유학생들은 국내 부모들의 걱정이 컸다"면서 "국내서 지병 치료를 받기 위해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키르기스스탄 유력 상업은행 'KICB' 은행장으로 비슈케크에서 20년 동안 거주해온 최광영(72)씨는 "코로나19로 외부와 연결되던 항공편이 완전히 두절되고, 전 주민 자가격리가 시행되고 있다"면서 "아직 건강하지만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한국으로 들어갔다가 상황이 좋아지고 나면 돌아오려 한다"고 밝혔다.

이번 임시 항공편 운항은 현지 정부의 강력한 방역 조치로 교민들의 귀국 항공로가 모두 막힘에 따라 한국 대사관과 한인회 등이 어렵게 현지 당국의 허가를 받아 티웨이 항공의 전세기를 띄우기로 하면서 성사됐다.

현재 한국과 키르기스스탄 간에는 직항로가 없다.

그동안 키르기스스탄의 한국 교민들은 러시아(모스크바), 카자흐스탄(알마티), 우즈베키스탄(타슈켄트) 등을 경유해 한국을 오갔다.

하지만 이 경유 항공편마저도 방역 조치 강화로 모두 끊긴 상태다.

이번에 전세기를 제공한 티웨이 항공은 지난 2월 비슈케크-인천 직항 운수권을 배분받은 항공사로 이번 임시 항공편 운항을 계기로 정기노선 운항이 본격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세기 운항은 대사관과 한인회의 각별한 노력 끝에 성사됐다.

도시 간 이동 제한 조치로 비슈케크로 올라올 수 없는 지방 도시 교민 수송을 위해 현지 경호업체와 계약해 버스로 비슈케크에서 약 700km 떨어진 남부 도시 오슈까지 내려가 현지에 거주하는 교민 5명을 데려와야 했다.

출발 당일에도 미니버스 13대를 대절해 교민들의 거주지를 직접 찾아가 공항까지 태워왔다.

하태역 키르기스스탄 주재 대사는 "전염병 전파를 우려해 자국민의 입국도 제한하고 있는 현지 당국이 임시 항공편 운항 허가에 미온적이었으나, 끈질긴 설득으로 간신히 허가를 받아 교민들을 귀국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한국과의 긴밀한 양자 관계를 고려하고, 우리와 코로나19 의료협력을 기대해 특별히 승인해 준 것 같다"고 소개했다.

중앙아 키르기스서 발 묶인 교민 143명 임시항공편에 귀국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