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원격수업 연수에 교사 수만명 몰려…퇴근후 보충수업도
'학교별 연수' 자구책도 활발…"위기를 수업역량 강화의 기회로"

'가보지 않은 길' 온라인 원격수업이 현실화하면서 교사들도 '학생 신분'으로 돌아가 때아닌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다.

교단 경력 20년이 넘은 베테랑 교사들도 낯선 장비와 프로그램 사용법을 익히느라 퇴근 후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보충수업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연수원은 지난 1일부터 도내 교사들을 대상으로 '지금 배워 바로 쓰는 온라인 교실 수업 자율연수' 1기를 진행했다고 11일 밝혔다.

"배워야 산다" 처음 겪는 온라인 수업에 교사들도 '열공모드'
가능한 많은 교사가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사전 신청을 받지 않고 유튜브를 통해 강의를 실시간 중계한 연수엔 교사 4만622명이 참여했다.

녹화된 생중계 영상 조회 수는 지난 10일 기준 7만5천여회를 기록했다.

경기도교육연수원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3천여명인 점을 고려하면 연수에 관한 관심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라고 할만하다.

경기도교육연수원 조혜진 교육연구사는 "연수에 참여한 선생님들의 반응이 엄청났다"며 "연수 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강의가 아니었음에도 예상 밖으로 많은 분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연수원은 이날 2기 수업을 진행한 뒤 18일엔 초등교사들에게 유용한 내용을 중심으로 3기를 추가 운영할 계획이다.

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도 온라인수업 직무연수에 대한 교사들의 넘쳐나는 관심에 연수 제한 인원을 없애고 공개강좌로 변경했다.

8∼9일 유튜브 생중계로 6시간가량 진행된 '실시간 온라인 학습 길라잡이' 연수엔 2만여명이 동시 접속했다.

교사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도록 외부 전문 강사 이외에도 연구사 3명이 달라붙었다.

"배워야 산다" 처음 겪는 온라인 수업에 교사들도 '열공모드'
지난 10일 진행한 과목별 실습 교육은 교육경력 20년 이상인 교사를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했다.

젊은 교사보다 비교적 스마트기기에 불편함을 크게 느낄 수 있는 교사들의 적응력을 집중적으로 향상하기 위해서 특별히 교육경력에 제한을 둔 것이다.

율곡교육연수원 관계자는 "대부분 교사가 경험해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다 보니 막연한 불안감들을 갖고 있다"며 "전문적 실습이나 심화 연수를 더 개설해달라는 요구가 많아 추가로 기획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퇴근 후 늦은 시간까지 학구열을 불태우는 교사들도 많았다.

'온라인 개학 준비를 위한 역량 강화' 연수 4기까지 운영한 경기도혁신교육연수원 장준걸 교육연구사는 "최근 들어선 연수를 오후 6∼9시 저녁 시간에 진행하는데도 참여자가 많다"며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보충수업에서도 학구열이 식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는 자체 연수를 기획해 '위기'에 대처해나가고 있다.

안산 송호고는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혁신연구부를 중심으로 온라인 교육 실전 연수를 벌였다
스마트기기 활용에 능한 교사 13명이 원격교육 강사로 나서 전 교사를 대상으로 모의 수업 시연 등 실습 교육을 벌였다.

"배워야 산다" 처음 겪는 온라인 수업에 교사들도 '열공모드'
학교장들도 아예 EBS 온라인 클래스에 '토론과 대화' 강좌를 개설해 교사들에게 힘을 보탰다.

황교선 송호고 교장은 "코로나19라는 두려움과 최초의 온라인 개학이라는 생소한 경험 앞에서도 우리 교사들은 위기 속에서 배움을 발견하고 학생들에게 다시 그 지혜를 가르쳐 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도내 모 중학교 교사는 "누군가는 교사들이 월급만 받고 일도 안 한다고 하지만 짧은 시간 온 힘을 다해 온라인 수업 준비에 애쓰고 있다"며 "교실이 아닌 온라인 공간에서 학습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많은 응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