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투입됐던 대형 항공기가 멈춰서자 대형 기종인 A380 조종사들이 면허 취소 위기에 내몰렸다. 지속적인 운항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행과 훈련이 사실상 중단돼 당장 이달 말부터 조종사 운항면허 취소가 잇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보유한 초대형 항공기 A380(407석)은 지난 3월 초부터 운항을 멈췄다. 이 기종은 주로 미주·유럽 노선에 투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여객이 급감하자 규모가 작은 B747-8i(368석), B777-300(277석, 291석) 기종으로 변경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전체 72개 국제선 중 48개 노선의 운항이 중단되면서 지난달부터 A380 운항을 멈췄다.

문제는 조종사들의 운항면허다. 항공안전법에 따르면 A380 기종을 운항하는 조종사들은 90일 이내 3회 이상 이·착륙과 정기훈련을 거치지 않으면 운항자격을 유지할 수 없다. 이르면 4월 말부터 양대 항공사에서 면허 취소된 A380 조종사들이 쏟아질 수 있다.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면허가 취소된 조종사들을 처음부터 재교육하고 훈련시키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며 “그 기간 A380을 제대로 운항하지 못하게 되는 걸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A380을 띄우지 못하는 항공사들의 사정을 감안해 3개월 동안 이·착륙 및 훈련을 시뮬레이터(모의비행장치)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양대 항공사는 “국내에 한 대밖에 없는 시뮬레이터로 모든 조종사가 훈련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국내 항공사 중 대한항공이 유일하게 시뮬레이터 한 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양대 항공사에 속한 A380 조종사는 380명에 달한다. 그동안 태국 타이항공의 시뮬레이터를 빌려 썼던 아시아나항공은 태국 정부의 입국 제한으로 조종사 대상 훈련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국토부와 조종사 면허 유지 조건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