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감독관 본인확인 과정서 적발 못 해…서울시교육청·감독관 관리 소홀 물의
대리시험 성적으로 서울 지역 대학 지원한 듯…경찰·군당국 수사
현역 병사가 선임병 부탁에 수능 대신 쳤다…15년만의 대리시험(종합2보)
현역 병사가 선임병의 부탁을 받고 작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리 응시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군 당국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2004년 11월 치러진 수능 이후 15년 만에 대리시험이 또다시 적발되면서 수능 신뢰도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9일 군 당국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공군 모 부대에 근무하는 A 병사는 작년 11월 14일 서울 시내 한 사립고등학교 수능 고사장에서 당시 선임병(현재 전역) B씨를 대신해 시험을 봤다.

서울 유명 사립대에 재학 중 입대한 A 병사는 지방대에 다녔던 선임병 B씨의 부탁을 받고 대리 시험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A 병사는 작년 8월 19일 해당 부대로 전입했고 B씨는 지난달 12일 전역했다.

수험표에는 A 병사가 아닌 B씨의 사진이 붙어 있었지만, 감독관의 수험생 신분 확인 절차에서 적발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은 A 병사가 대리 시험을 볼 때 감독관으로 들어간 정감독관 4명을 조사한 결과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 감독관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거나 "특별한 점이 없었다"고 대답했다.

교사로 구성된 감독관은 수능 시험실당 2명(탐구영역 때는 3명)이고, 교시별로 교체하게 돼 있다.

시험 관리의 공정성을 위해 한 감독관은 매 교시 다른 고사장에 들어가야 하며, 전체 5교시 중에 최대 4교시까지만 들어가야 한다.

교육청은 전역한 B씨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다.

교육청은 군 당국과 경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이들 감독관에게 어떤 조치를 내릴지 결정할 계획이다.

교육부로부터 수능 시험 감독 업무를 위임받은 서울시교육청 역시 시험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교육계 인사는 "이번 사건이 외부로 밝혀지긴 했지만, 감독관이 수험장에서 수험생 얼굴과 사진을 비교해서 대리 시험 여부를 밝혀내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이전에는 이런 사건이 없었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월 11일 국민신문고의 공익제보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되면서 최초 인지됐다.

서울시교육청은 관련 제보를 넘겨받아 조사를 벌인 뒤 군사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군 관계자는 "공군 모 부대에서 근무하는 병사가 당시 선임병으로부터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리 응시를 부탁을 받고 부정 응시했다"면서 "국민신문고 민원 신고를 접수한 서울시교육청이 4월 2일 군사경찰에 고발했다"고 말했다.

이에 공군 측은 "병사의 2020학년도 수능 대리시험 사실이 있다"면서 "현 사안은 군사경찰이 조사하고 있고,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B씨는 후임병의 대리 시험 성적으로 서울 지역 사립대 여러 곳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대학에는 합격권에 들었지만,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B씨가 등록을 포기한 대학으로 지목된 한 사립대 관계자는 "B씨의 인적사항을 몰라서 지원이나 합격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B씨가 대리 시험 성적으로 대학에 합격했는지 여부는 수사를 통해 밝혀질 전망이다.

군사경찰은 A 병사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대가 수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A 병사는 군사경찰 조사에서 대리시험 대가로 금품을 받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교육부 수능부정행위심의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앞서 2004년 11월에 치러진 2005학년도 수능에서도 대리시험과 함께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대거 적발되면서 200여명의 수능 시험이 무효처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