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은행권에 내린 ‘배당 자제령’을 놓고 업계에서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실탄(현금)’을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는 공감할 부분이 있다면서도 경영 개입에 대한 불만이 거세다.

금감원장 '배당 자제령'에 은행권 갑론을박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2일 코로나19 위기대응 총괄회의에서 은행들에 당분간 배당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했다. 윤 원장은 “유럽에서는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에 배당금 지급 중단 등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씨티그룹, HSBC 등 세계적 금융회사가 당국의 요구에 동참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내 금융회사들도 원활한 자금 공급 역량을 유지하도록 힘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윤 원장의 발언을 이해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올해는 배당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기업 대출이 급속도로 부실해질 가능성에 대비해 내부 유보금을 충분히 쌓는 등 안전장치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마다 채권시장안정펀드, 증권시장안정펀드 등에 거액을 출자하고 있어 여유자금이 평년만큼 풍부하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반면 금감원장이 구두 지침 식으로 경영에 개입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목소리도 크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주 주가가 반 토막 난 상황에서 주주가치 제고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배당마저 제대로 못한다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국내 은행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배 안팎이다.

M&A에 적극적이었던 금융지주는 자금 조달 계획이 꼬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 비중이 90%를 넘는 우리금융의 경우 은행에서 들어오는 배당금이 줄면 M&A 여력이 빠듯해진다.

은행권이 금감원 요구를 따른다면 올 상반기 중간 배당 등부터 영향을 받는다.

임현우/정소람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