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임계장 이야기·우리가 도시를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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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에는 눈을 뜰 수 없겠지만
▲ 임계장 이야기 = 조정진 지음.
공기업 사무직으로 일하다 퇴직하고는 생계를 위해 시급 노동에 뛰어든 '임계장'의 노동 일지다.
임계장이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이라는 뜻으로 실제 저자가 버스터미널에서 일할 때 주변에서 그를 부르던 이름이다.
꽤 든든하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생활했지만, 지방 소도시에서 대도시로 이주하면서 늘어난 거주 비용과 아직도 공부하는 자녀의 학비라는 '약간의 변수'만으로도 60 나이에 280만원을 벌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는 것은 저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은퇴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재취업이 쉽지는 않았다.
결국 아파트, 빌딩, 버스터미널을 전전하며 경비원, 주차관리원, 배차원, 환경미화원 등 시급 일자리를 전전하는 신세가 된다.
그동안 저자가 겪은 일들은 이 나라에서 '젊지 않은 노동자들'의 노동력이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첫 직장인 버스 회사에서 배차 일을 할 때는 '1인 3역'을 하지만 탁송 작업을 하다 허리를 다쳐 사흘의 질병 휴가를 신청하자 입사 3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해고된다.
경비직으로 일할 때는 식사 시간과 취침 시간에도 택배 업무와 쓰레기 처리는 물론 주민들의 각종 요구에 응대해야 해 쉴 수 없음에도 '단속적 근로자'라는 이유로 이 시간이 무급처리됐다.
배기가스와 석면 가루, 미세먼지, 각종 쓰레기가 가득한 노동환경과 아무리 열악해도 있으면 다행인 샤워실과 침구, 냉난방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일터 등은 저자가 경험한 시급 직종들의 하나같은 모습이다.
버스터미널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다 또 쓰러져 해고된 저자는 7개월간 투병 후 지금은 주상복합건물에서 경비원 겸 환경미화원으로 일한다.
후마니타스. 260쪽. 1만5천원. ▲ 우리가 도시를 바꿀 수 있을까 = 최성용 지음.
시민은 도시의 거주민일 뿐만 아니라 도시를 만들고 설계하는 도시의 숨은 설계자들이기도 하다.
도시 문제를 다루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했고 도시를 주제로 한 칼럼과 책을 쓰는 저자는 시민이 도시를 바꾸거나 지켜낸 사례들을 제시하며 시민이 참여할수록 더 나은 도시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인사동과 북촌이 상업적 개발 움직임을 극복하고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이곳의 '장소성'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려 했던 주민, 시민사회, 행정가, 연구자들 노력 덕분이었다.
서울광장을 지켜낸 시민들, 횡단보도가 놓이도록 하고 보도턱을 낮춘 교통약자 운동, 자동차로부터 마을을 지켜낸 주민들 사례들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그러나 더 나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시민 참여는 말처럼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대부분 너무 바빠 시간을 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민을 배제하려는 행정 기관이나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도 시민 참여를 가로막는 요소다.
저자는 "시민은 도시를 바꿀 수 있다.
자신의 삶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부담을 느끼지 않고 즐겁게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자신이 원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시민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썼다.
동아시아. 264쪽. 1만6천원. ▲ 내일 아침에는 눈을 뜰 수 없겠지만 = 캐스린 매닉스 지음.
완화의학 분야에서 40년간 일한 의사가 경험한 죽음에 관한 에세이이자 그가 만난 환자와 보호자, 가족, 함께 일한 동료들에 관한 기록이다.
통증을 관리받으며 곧 다가올 죽음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이들의 남은 삶을 계획하는 90대 노인부터 고통과 공포에 잠식돼 환각에 빠진 10대 소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자가 모여 있는 호스피스 병동이 그의 일터다.
저자는 환자에게 앞으로 겪게 될 죽음의 과정을 이해시키고 환자의 가족이 걱정이나 두려움 없이 환자의 마지막 숨을 배웅할 수 있도록 이끄는 완화의료 과정을 '죽음 조산사'에 빗댄다.
조산사가 산모에게 힘을 줘야 할 때와 심호흡을 할 때, 기다려야 할 때를 알려주며 출산 과정을 안내하듯이 자신 또한 임종 과정을 그렇게 안내한다는 것이다.
이 일에 사려 깊은 대화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책 속의 사례들은 대화가 최선의 치료법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환자와 의사 사이의 이해와 신뢰로 이어지는 선순환 속에서 삶과 죽음 양쪽 길 모두 존엄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감을 보여준다.
사계절. 416쪽. 2만2천원. /연합뉴스
▲ 임계장 이야기 = 조정진 지음.
공기업 사무직으로 일하다 퇴직하고는 생계를 위해 시급 노동에 뛰어든 '임계장'의 노동 일지다.
임계장이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이라는 뜻으로 실제 저자가 버스터미널에서 일할 때 주변에서 그를 부르던 이름이다.
꽤 든든하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생활했지만, 지방 소도시에서 대도시로 이주하면서 늘어난 거주 비용과 아직도 공부하는 자녀의 학비라는 '약간의 변수'만으로도 60 나이에 280만원을 벌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는 것은 저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은퇴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재취업이 쉽지는 않았다.
결국 아파트, 빌딩, 버스터미널을 전전하며 경비원, 주차관리원, 배차원, 환경미화원 등 시급 일자리를 전전하는 신세가 된다.
그동안 저자가 겪은 일들은 이 나라에서 '젊지 않은 노동자들'의 노동력이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첫 직장인 버스 회사에서 배차 일을 할 때는 '1인 3역'을 하지만 탁송 작업을 하다 허리를 다쳐 사흘의 질병 휴가를 신청하자 입사 3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해고된다.
경비직으로 일할 때는 식사 시간과 취침 시간에도 택배 업무와 쓰레기 처리는 물론 주민들의 각종 요구에 응대해야 해 쉴 수 없음에도 '단속적 근로자'라는 이유로 이 시간이 무급처리됐다.
배기가스와 석면 가루, 미세먼지, 각종 쓰레기가 가득한 노동환경과 아무리 열악해도 있으면 다행인 샤워실과 침구, 냉난방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일터 등은 저자가 경험한 시급 직종들의 하나같은 모습이다.
버스터미널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다 또 쓰러져 해고된 저자는 7개월간 투병 후 지금은 주상복합건물에서 경비원 겸 환경미화원으로 일한다.
후마니타스. 260쪽. 1만5천원. ▲ 우리가 도시를 바꿀 수 있을까 = 최성용 지음.
시민은 도시의 거주민일 뿐만 아니라 도시를 만들고 설계하는 도시의 숨은 설계자들이기도 하다.
도시 문제를 다루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했고 도시를 주제로 한 칼럼과 책을 쓰는 저자는 시민이 도시를 바꾸거나 지켜낸 사례들을 제시하며 시민이 참여할수록 더 나은 도시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인사동과 북촌이 상업적 개발 움직임을 극복하고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이곳의 '장소성'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려 했던 주민, 시민사회, 행정가, 연구자들 노력 덕분이었다.
서울광장을 지켜낸 시민들, 횡단보도가 놓이도록 하고 보도턱을 낮춘 교통약자 운동, 자동차로부터 마을을 지켜낸 주민들 사례들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그러나 더 나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시민 참여는 말처럼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대부분 너무 바빠 시간을 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민을 배제하려는 행정 기관이나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도 시민 참여를 가로막는 요소다.
저자는 "시민은 도시를 바꿀 수 있다.
자신의 삶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부담을 느끼지 않고 즐겁게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자신이 원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시민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썼다.
동아시아. 264쪽. 1만6천원. ▲ 내일 아침에는 눈을 뜰 수 없겠지만 = 캐스린 매닉스 지음.
완화의학 분야에서 40년간 일한 의사가 경험한 죽음에 관한 에세이이자 그가 만난 환자와 보호자, 가족, 함께 일한 동료들에 관한 기록이다.
통증을 관리받으며 곧 다가올 죽음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이들의 남은 삶을 계획하는 90대 노인부터 고통과 공포에 잠식돼 환각에 빠진 10대 소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자가 모여 있는 호스피스 병동이 그의 일터다.
저자는 환자에게 앞으로 겪게 될 죽음의 과정을 이해시키고 환자의 가족이 걱정이나 두려움 없이 환자의 마지막 숨을 배웅할 수 있도록 이끄는 완화의료 과정을 '죽음 조산사'에 빗댄다.
조산사가 산모에게 힘을 줘야 할 때와 심호흡을 할 때, 기다려야 할 때를 알려주며 출산 과정을 안내하듯이 자신 또한 임종 과정을 그렇게 안내한다는 것이다.
이 일에 사려 깊은 대화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책 속의 사례들은 대화가 최선의 치료법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환자와 의사 사이의 이해와 신뢰로 이어지는 선순환 속에서 삶과 죽음 양쪽 길 모두 존엄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감을 보여준다.
사계절. 416쪽. 2만2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