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68만 도시에 확진자 98명, 자영업자들 '한숨만 가득'
마비된 도시 4만1천여명에게 긴급 생활안정자금 100만원씩 지원
코로나19 한 달 맞는 천안 '고사 상태'…"직격탄에 살길 막막"
충남 천안 쌍용동에서 한식당을 하는 A(47)씨는 지난달 말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손님이 급격히 줄자 종업원 1명만 남기고 하는 수없이 4명은 그만두도록 했다.

하루 평균 1∼2팀 손님을 받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문 열어도 찾는 손님이 없어 종업원과 눈을 서로 마주치기 민망할 정도"라며 "인건비는 고사하고 임대료도 나오지 않아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두정동에서 꾀 규모 있는 미장원을 운영하는 B(54)씨도 지난달 25일 천안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손님 발길이 크게 줄어들자 종업원들을 무급휴직 보내고 열흘간 문을 닫았다.

이날 천안지역 확진자 가운데 1명이 미용실을 운영했다는 소식이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감염을 우려한 단골 손님들까지 덩달아 발길을 끊었기 때문이다.

그는 임대료라도 벌어보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최근 미장원 문을 다시 열었다.

그러나 여전히 하루에 10명 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인구 68만2천여명으로 충남에서 가장 큰 도시인 천안이 코로나19 여파로 고사 상태로까지 내몰렸다.

지난달 말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뒤 현재까지 98명의 환자가 나오면서 천안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문을 열어도 찾는 손님이 손에 꼽을 정도여서 문을 닫는 음식점이 줄을 이었다.

평소 즐겨 찾던 음식점도 약속을 하려면 영업을 하는지 먼저 꼭 확인해야 할 정도였다.

자영업자들은 근근하게 버텨오던 상권이 아예 무너져 버렸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전통시장은 방문자 수가 평소 절반으로 줄었고 대형유통업체도 전년 같은 달보다 고객이 30%나 감소했다.

거리에서는 택시가 멈춰서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한 달 맞는 천안 '고사 상태'…"직격탄에 살길 막막"
천안에서는 지난달 25일 첫 코로나19 확진자(40∼50대 여성 3명)가 나온 이후 같은 달 28일 하루 24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29일 19명에 이어 3월 1일 11명 등 연일 두 자릿수 발생을 유지했다.

이후 7일 동안에도 감염자가 하루 3∼5명씩 이어졌다.

다행히 지난 9일부터는 1명씩으로 줄어드는 등 감소 추세다.

20일 현재까지 천안의 누적 확진자는 98명이다.

이 가운데 31명이 완치됐다.

천안에서는 주로 줌바 댄스 피트니스센터에서 감염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98명 중 줌바 관련 감염자는 4명의 강사와 47명의 수강생, 38명의 가족 등 모두 89명으로 시 보건당국은 집계했다.

상황이 심각해지다 보니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올랐다.

청원자는 "천안은 코로나 사태로 도시가 마비된 상태"라며 "거리엔 사람을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의 가게도 줄지어 문을 닫았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또 다른 청원자는 "천안시도 대구·경북과 똑같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코로나19 특별재난지역에 포함될 수 있도록 추가 지정을 촉구했다.

코로나19 한 달 맞는 천안 '고사 상태'…"직격탄에 살길 막막"
천안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매출액 감소, 실직·휴직 등을 겪으며 생계가 어려운 소상공인, 저소득층, 운수업체 등을 대상으로 100만원 상당의 긴급 생활 안정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지원 대상은 기존 복지제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2만9천여명의 소상공인과 1만1천여명의 실직자 등 모두 4만1천여명이다.

이들에게는 지역화폐(천안사랑 상품권) 50만원과 현금 50만원을 주기로 했다.

구만섭 천안시장 권한대행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지역 상인들의 어려움이 크다"며 "이들에게 지원이 적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하게 예산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