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 콜센터 노동자들 이중고…"대중교통 타지 말라" 황당 지침
원청은 마스크 착용하라지만…"고객이 '안 들린다' 항의하고 악성 민원"
헤드셋 너머 "코로나 걸려라" 폭언…상담원이라고 감염원인가요
경기도의 한 콜센터 상담원 A씨는 지난 12일 한 고객의 전화를 응대하다 충격을 받았다.

상대방이 대뜸 "코로나나 걸려라"라며 전화를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10일부터 서울 구로구의 한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 발생해 콜센터 직원들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곳곳에서 콜센터 상담원을 싸잡아 '잠재적 감염원' 취급하는 일이 속출하면서 상담원들은 속앓이하고 있다.

지난 13일 한 어린이집 관련 커뮤니티에 자신을 어린이집 원장이라고 밝힌 누리꾼이 '이 와중에 콜센터 취직했다는 학부모'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한 원아 엄마가 보험회사 콜센터에 취직해 다음 주부터 교육받아야 한다고 전화가 왔다.

교사들이 그 집 아이를 못 보겠다고 난리"라는 내용이었다.

이 글을 본 누리꾼들은 "콜센터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났다고 취직도 하지 말아야 하나", "아이들의 안전이 달린 문제 아니냐" 등 상반된 의견을 내며 갑론을박을 벌였다.

콜센터 상담원들이 조합원에 포함된 희망연대노조의 신희철 조직국장은 15일 "한 공공기관 콜센터는 상담원을 대상으로 대중교통 이용 여부를 전수조사하고, 앞으로 대중교통 대신 다른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며 "콜센터 상담원을 감염병 전파자 취급하면서 대중교통도 못 타게 하는 건 불합리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헤드셋 너머 "코로나 걸려라" 폭언…상담원이라고 감염원인가요
구로구 콜센터 사태 이후 원청사가 콜센터 상담원들에게 업무 중 마스크 사용이나 재택근무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나 상담원들은 '현실 모르는 소리'라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한 콜센터 원청사는 지난 12일 콜센터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일하는 상담원이 발견되면 콜센터를 폐쇄하겠다"고 통보했다.

이 콜센터 상담원 B씨는 "마스크를 쓰고 상담하면 아무리 크게 말해도 고객이 잘 안 들린다며 항의하고 악성 민원을 넣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른 콜센터 상담원 C씨는 "상담원 집단감염 사태 이후 상담할 때도 무조건 마스크를 쓰라고 공문이 내려왔다"며 "콜센터 상담원은 마스크를 쓰면 일할 수가 없다.

자리 돌려앉기나 헤드셋 돌려쓰기 같은 근본 문제는 여전한데 마스크만 쓰라고 하는 건 해결 방법이 아니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또 다른 콜센터 원청사는 상담원들에게 희망자의 경우 재택근무하라고 공지했지만 대부분 회사로 출근했다고 한다.

상담원 D씨는 "상담 도중 고객에게 갑질을 당하며 쩔쩔매고 '죄송합니다.

고객님'을 반복하는 모습을 가족들에게 차마 보여줄 수가 없다"며 "재택근무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콜센터 직원은 죄인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청원도 올라왔다.

콜센터 관리자라는 청원자는 "콜센터를 코로나19 바이러스 온상인 양 매도하지 말아달라. 누구나 확진자가 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