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모(50대)씨가 보내주신 제보를 토대로 연합뉴스가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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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더미 보이시나요.

여기서 10년 살았지만 저 정도 분량은 난생 처음이네요.

"
서울 마포구의 원룸 밀집 지역에 사는 이모(50대·자영업)씨는 지난 9일 오전 1시45분께 동네 시장 부근을 지나가다 생소한 광경을 목격했다.

동네 재활용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 등을 수거하는 곳에 평소보다 5∼6배는 됨직한 분량의 스티로폼과 택배 상자, 비닐 포장재 등이 쌓여 있던 것.
전통 시장 근처라 평소에도 재활용 쓰레기가 곧잘 쌓이긴 했지만 인도 전체를 막을 정도로 많은 양은 본 적이 없었다.

수북하게 쌓인 쓰레기 더미 탓에 행인들이 차도로 돌아가야 했다.

이씨는 "쓰레기를 살펴보면 택배로 물품을 주문할 때 나오는 게 대부분"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지난달을 기점으로 부쩍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분리수거를 제대로 해서 버렸다면 재활용이라도 가능하겠지만 무분별하게 버려놔 이마저도 힘들어 보인다"며 "작은 동네에서 나온 양이 이 정도인데 전국적으로 양이 얼마나 될지 걱정이 든다"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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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11시께 찾아간 해당 시장 부근은 종이 상자와 스티로폼, 보냉팩, 완충재 등 택배 상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각종 쓰레기가 인도를 메우고 있었다.

쓰레기 수거일인 이날 인근 원룸 주민과 식당 상인들이 내놓은 것이다.

환경미화원 김모(49)씨는 "그나마 온종일 비가 내려서 양이 적은 편이지, 주말에는 이보다 곱절은 더 된다"며 "지난달부터 택배 상자나 스티로폼 등이 갑자기 늘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보통 오전 5시 전에 일이 끝났는데 최근에는 한두시간은 더 걸린다.

분리수거라도 해서 버렸다면 좀 나을 텐데"라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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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11일 오전 9시께 약 200세대 규모의 노원구 한 아파트 단지에는 종이 상자와 플라스틱 등이 성인 남성의 키만큼 쌓여 있었다.

아파트 경비원 조모(72)씨는 "평소보다 2∼3배는 더 양이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광진구 원룸촌에서 만난 택배 배달기사 하영도(가명)씨는 "1시간 만에 70개 넘게 배달했다"며 "평소보다 50% 가까이 늘어난 분량이다"라고 털어놨다.

최근 주택가 곳곳에서 쓰레기양이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을 자제한 채 택배로 물품과 음식을 배달시키는 '집콕족'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쿠팡에 따르면 작년 말 하루 주문 건수가 230만건 정도였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300만건으로 늘었다.

11번가 측은 "1월 20일∼3월 9일 생수 주문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증가했다"며 "냉장 및 냉동식품은 57%, 즉석밥 29%씩 늘었다"고 밝혔다.

광진구청 청소과 관계자는 "지난달 지자체에서 나온 재활용품 수거량은 지난해 11월보다 약 5% 증가한 1천474t이었다"며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택배 이용 증가도 한몫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성동구청 재활용 청소행정과 관계자도 "자원회수센터에 확인했더니 택배 관련 종이 박스가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택배 관련 쓰레기가 급증하자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는 "제품 크기보다 2배가 넘는 포장은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포장 횟수도 제한하는 기준을 마련해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온라인 쇼핑몰 업체를 대상으로 포장 소재를 친환경으로 전환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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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