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전화통화를 하고 국제 유가 등과 관련한 에너지 시장 상황을 논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백악관은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가 전날 통화를 하고 에너지 시장 등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최근 사우디와 러시아가 원유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국제 유가가 폭락하고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관련 대책을 협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가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산유량 증산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미국 측 입장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의 증산으로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 생산단가가 높은 미국 셰일오일 업체에 큰 타격을 준다.

대폭락 장세를 보였던 국제 유가는 다시 급반등했다. 감산 협상의 재개 가능성이 고개를 들자 가파르게 반등하며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3.23달러(10.4%) 오른 34.3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10%가량 상승했다. 전날 하락 폭이 지나치게 컸던 탓에 기술적 반등이 이뤄지면서 낙폭의 3분의 1가량을 되찾았다.

러시아 정부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와 벌이고 있는 석유 전쟁과 관련해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러시아 국영 방송채널 로시야24와의 인터뷰에서 "문은 열려 있다"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들의 감산 협정이 연장되지 않은 것이 우리가 더 이상 협력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노박 장관은 "필요할 경우 감산과 증산 등의 여러 수단이 있으며 새로운 합의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며 "시장 상황을 평가하기 위해 오는 5~6월에 정례 회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OPEC 주요 산유국은 지난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산유량 감산을 논의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에 실패했다. 이후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다음달 산유량을 하루평균 1230만 배럴로 늘릴 것이라고 압박했다. 현재 사우디 산유량은 하루평균 970만 배럴가량이다. 사우디의 압박에 러시아 정부도 산유량을 하루평균 50만 배럴씩 더 늘릴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