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앞이 대기줄로 붐비던 평소와 다르게 한산하다.  사진=허문찬 한국경제 기자  sweat@hankyung.com
1월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앞이 대기줄로 붐비던 평소와 다르게 한산하다. 사진=허문찬 한국경제 기자 sweat@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인 매출이 회복되지 않은데다 영업시간 단축까지 겹쳐 최근 한 달 매출이 사실상 반토막났습니다.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더라도 여파는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개점 휴업'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중국인 입국 금지’ 여론이 여전히 높아서다. 최대 고객, 중국인 입국이 막힐 경우 추가 타격은 불가피하다. 만에 하나 현실화될지 여론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26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서울 시내 면세점의 매출은 40~50% 수준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춘제(중국의 설) 연휴 이후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면세점 업계의 큰 손이던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들이 상당수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면세점들은 무더기 임시 휴업에 들어가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롯데면세점 명동점은 같은 건물의 롯데백화점 본점이 임시 휴업에 돌입하면서 7일부터 이틀 반나절 간 함께 문을 닫았다. 하루 평균 매출이 200억원대로 알려진 만큼 산술적으로 약 500억원의 매출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앞서 신라면세점 서울점과 제주점, 롯데면세점 제주점도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휴업했다. 또한 서울과 부산 시내 주요 면세점은 4일부터 영업시간을 단축한 상태다.

또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코로나19 사태 직전에 비해 절반가량으로 줄었다"며 "일본 골든위크와 중국 노동절 등 4~5월은 물론이고, 사실상 상반기 실적은 포기해야 한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연초까지도 면세점 업계에서는 올해 사상 최고 매출에 대한 기대가 부풀고 있었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이 30% 넘게 성장하며 25조원 가까이에 달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보다 면세점업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르스 사태 당시보다 관광객 감소로 인한 면세점 타격이 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조용선 SK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산업계에 미치는 악영향 중 면세점 부문의 익스포저(위험노출금액) 규모가 가장 크다"며 "유커(중국인 관광객) 인바운드, 내수 고객 트래픽이 함께 급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