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공공 안녕질서 위협 집회·시위 금지 경찰 "적극 해석할 수도…감염병 전파도 '위협' 해당할 수 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25일 바이러스를 전파할 우려가 있는 집회를 제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하면서 경찰도 관련 법리를 따져보고 있다.
당정청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다중집회 관리 방안 등을 논의했다.
다중집회 계획이 예고되면 관계당국이 준비부터 개최까지 단계별로 대응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집회 참가자 제지를 시도할 경우 경찰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근거한 대응으로 지자체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자체의 집회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주최측이 집회를 강행할 때는 경찰은 집회 금지를 통고하고 주최자와 참석자에 대해 감염병예방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 등에 따라 엄정한 사법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감염병 전파 우려를 근거로 집회를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시위 ▲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시위를 금지한다.
이 법조문을 소극적으로 해석하면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이유로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없다.
하지만 서울시가 '감염병 예방 및 관리법'을 근거로 지난 21일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광화문광장, 서울광장,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여는 것을 당분간 금지하기로 결정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어 정부가 지난 23일 코로나19 위기 경보 수준을 최상위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면서 경찰청도 관련 법리 검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경찰청 관계자는 "감염병 전파 우려로 경찰이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는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감염병 전파가 집시법이 집회 금지 사유로 규정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에 해당할 수 있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집시법이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수 있는 행위로 나열한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이 예시적이라고 본다면 감염병 전파도 이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찰은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위기 경보 수준이 지금처럼 '심각'으로 격상돼 사망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는 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서울시나 보건 전문가 경고에도 강행하는 집회·시위는 집시법 영역에 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당장 이번 주말 서울에서 집회·시위가 어떤 양상으로 열릴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토요일인 지난 22일 "서울시에서 도심 집회를 금지함에 따라 집회의 절반가량이 취소되고, 강행된 집회는 참가 인원이 평소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앞으로 더 많은 단체와 시민이 집회 금지에 동참해 감염병이 예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정한 기준을 세워 집회의 규모와 방식, 장소 등의 측면에서 코로나19 전파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집시법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