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관료주의' 등 차단…생식기 등 '저속한' 표현도 걸러져
'리원량' 등 코로나19 관련 내용도 철저하게 막으며 민심 통제
검열 고삐 죄는 중국, 온라인 수업서 '민감한' 단어 모조리 차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내 개학이 연기되고 온라인 강의가 진행되면서 중국 당국의 검열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후 중국 교사들은 위챗 등의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 수업 자료를 올리고, 화상 채팅 등을 하면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 소셜미디어나 동영상 사이트는 평소에 특정 단어가 들어간 게시글을 삭제하는 '키워드 검열'을 하고 있어 온라인 수업에서도 '민감한' 단어로 인해 수업이 중단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 동영상 사이트에서는 정치학 교사가 '민감한' 정치적 단어를 사용했다가 수업 동영상이 갑작스럽게 차단되고 교사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허난(河南)성의 역사 교사인 제이드 왕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달하려던 온라인 시험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며 "'독재', '군주제', '관료주의' 등의 단어가 시험 내용에 포함됐기 때문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한 물리 교사는 단체 대화방에서 학생들에게 '마찰력'을 설명할 때마다 "위법한 내용이 포함돼 교사만 볼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중국어로 마찰은 '갈등', '충돌'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한 단체 대화방에서는 중국 대문호인 루쉰(魯迅·1881∼1936)이 쓴 '인민이 옛 중국을 뒤엎고 신중국을 건설해야 한다'는 문장을 올렸다가 차단된 경우도 있었다.

중국 칭화대에서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조직사회학을 가르치는 저우쉐광 교수의 온라인 강의가 잡혔따가 갑작스럽게 취소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저우 교수가 최근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중국 통치 구조의 붕괴"라고 발언했는데, 이것이 원인이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열 고삐 죄는 중국, 온라인 수업서 '민감한' 단어 모조리 차단
온라인 수업에서는 '저속한' 단어도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 강사는 위챗에 올린 글에서 "온라인 강의에서 산부인과 관련 내용을 가르치면서 생식기 해부 등을 묘사했지만, 강의가 갑작스럽게 차단됐다"며 "아마 '더러운' 단어를 사용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생물학 수업에서 정자, 난자, 생식기 등의 단어를 사용했다가 수업이 중단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경고했다가 사망한 의사 리원량(李文亮)도 온라인 수업에서 검열의 대상이 됐다.

베이징의 중국어 교사 바이양은 학생들에게 리원량 등 코로나19 확산을 고발한 8명의 의사에 대한 글을 보냈다가 "학생들에게 이러한 것을 가르치지 말고, 정치에 대해 논하지 말라"는 주임 교사의 꾸지람을 들었다고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지난 3일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간부들은 온라인 매체를 철저히 통제하고 여론을 이끌어 신종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 중국 당국이 소셜미디어에 대한 검열과 통제를 강화하면서 온라인에서 중국 당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는 글들은 속속 차단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