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팔아주기 운동보다는 어릴 때부터 꽃 가까이하는 교육 시급"

"우리나라는 아파트 평수 늘리는 데만 급급하고, 꽃 한 송이 식탁에 꽂는 문화가 없다 보니 이런 일이 터지면 정말 막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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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졸업식 취소 등으로 화훼농가들이 또 한 번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강원 강릉시 구정면에서 꽃을 재배하는 박만규(62) 하슬라 화훼연구회 회장은 21일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도 평소처럼 꽃을 보살피고, 삽목한 국화를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는 꽃 재배법을 배워 독립했던 1980년 첫해부터 40년 동안 태풍 '루사'·'매미', 폭설 피해 등 이런저런 아픔을 겪었지만, 꽃이 좋아서 선택한 만큼 후회하지 않는다.

산전수전을 겪는 과정에서 얼마 안 되는 땅마저 빚 청산을 하느라 없어졌지만, 그는 얼굴을 찡그리지 않는다.

그에게는 물질이 있으면 편하기는 해도 행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신념이 있다.

다만 자식에게도 '꽃 재배를 하라, 하지 말라'는 소리는 못 한다.

꽃이 좋아서 하면 영구적으로 갈 수 있지만, 돈으로 생각하면 애당초 시작하지 말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 그에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꽃이 주로 행사용으로 소비되다 보니 각종 모임이나 행사가 줄줄이 취소된 코로나19의 충격은 더 크게 다가온다.

꽃이 한창 나가야 하는 시기에 터진 코로나19로 올겨울 매출은 반 토막이 났고, 판로가 막힌 일부 농가는 땀 흘려 가꾼 꽃을 갈아엎고 있다.

매출이 감소하는 것은 빚이 늘어나는 것이고, 자칫 파산할 수도 있는 위기로 연결된다.

박 회장은 최근 코로나19로 어려워진 농가를 돕기 위해 꽃 팔아주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닌 만큼 우리나라도 어려서부터 꽃을 가까이하는 교육을 통해 저변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등 작지만 강한 농업국은 언어 공부처럼 꽃과 자연을 어려서부터 가까이하는 교육을 하고, 이들이 성장해 커피 한 잔 값으로 슈퍼마켓 등에서 꽃을 사서 가족 모두 행복하게 일주일을 보내는 문화가 부럽기만 하다.

이런 나라들은 농업 전문직마저 한 부서에 2∼3년 적당하게 있다가 자리를 옮기는 등 비전문직만 양산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농가를 위한 서비스 체제도 확고하게 잡혀 있다.

그는 이번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단기적으로는 화훼 농가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하는 대책과 함께 예산을 여기저기 찢어서 쓸 게 아니라 수년에 걸쳐 검증된 곳에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주문했다.

박 회장은 "신이 준 선물이 꽃이고, 사람은 꽃을 받을 때 제일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면서 "장을 볼 때 꽃을 사 식탁에 꽂으면 가족이 행복하고, 가족이 행복하면 국가가 튼튼해진다.

가볍게 꽂는 것은 5천원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