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투자회사인 실체스터인터내셔널인베스터즈가 국내 최대 유무선 통신사인 KT 주식의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앞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도 투자 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꿨다.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주요 주주들의 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T 3대 주주 英 실체스터도 보유 목적 '일반투자'로 전환
실체스터는 20일 KT 보유 지분을 기존 5.01%에서 5.20%로 늘렸다고 밝히고 주식 보유 목적도 일반투자로 전환한다고 공시했다. 앞으로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목적은 없지만 배당 확대나 비영업용 자산 매각, 지배구조 개선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제안을 하겠다는 뜻이다. 이달부터 적용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투자자가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지분을 늘리면 투자 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꾸고 10영업일 이내에 지분 변동 내용을 보고해야 한다.

실체스터는 2011년 지분 5% 이상을 보유해 공시한 이후 10년 가까이 KT의 주요 주주 지위를 유지해왔다. 국민연금(지분율 12.90%)과 일본 통신회사 NTT도코모(5.46%)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지분율이다. 나머지 지분은 우리사주조합(0.43%)과 5% 미만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7일 KT를 포함해 지분 5% 이상을 가진 국내 상장사 56곳의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이들 기업 중 상당수는 과소 배당, 임원 보수 과다, 횡령·부당지원 같은 법령 위반 등을 시정하라는 국민연금의 비공개 대화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실체스터도 KT에 주가 회복을 이끌 다양한 선택지를 제안할 수 있다. 지난해 초 3만400원이던 KT 주가는 1년여간 18.25% 하락해 이날 2만4850원으로 마감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도입 이후 관련 장비주가 뛰는 것과 반대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임원 보수한도와 지배구조 관련 안건 등에 관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2018년 KT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11명의 보수총액 한도를 65억원으로 정하는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